왠지 흐릿하고 계속되는 하품

피로감

by N잡러

하루는 친한 동생과 저녁을 먹고 있었어요. 분명 맛있게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계속 하품이 나면서 집중도 안 되고 졸렸어요. 결국 동생이 “언니 들어가서 자~” 일찍 헤어져서 들어왔어요. 초저녁이라 졸릴 시간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오히려 밤잠이 없는 편이고 아침잠이 너무 많아 출근하려고 일찍 일어나는 게 고역이었거든요.


하품을 한 두 번 하는 게 아니라 제가 미안할 지경이었어요. 졸릴 땐 아무리 재밌는 것도 맛있는 것도 소용없는 거 아시죠? 사람은 먹지 않고 며칠은 버티지만 잠을 안 자고는 보통 이틀을 넘기기 힘들어요. 저녁 먹고 졸린 건 소화하느라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갱년기가 되니 시도 때도 없이 하품이 나요. 왠지 정신이 흐릿하고 “아…. 피곤해. 졸려.”를 말하고 있었어요. 남편은 “졸리면 자면 되지.”라며 별일 아닌 듯 말하는데 막상 잠을 잘 정도는 아니거든요. 속으론 ‘혹시 간이 안 좋아서 그런가?’ 싶기도 했어요.

전 강의가 없을 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강의 준비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데 집중을 할 수 없으니 진도가 안 나가더군요. 낮잠을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오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고, 아이를 낳고도 아이가 어릴 땐 양가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낮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낮잠을 자는 건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어요. 이제 중간에 사무실 소파에서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야 정신이 맑아져요. 다행히 제 사무실이고 1인 기업가라 다른 사람이 없는 시간이 더 많아요.


하품을 시작하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연속으로 계속해요. ‘입이 찢어져라 한다’는 표현이 있죠. 나이가 들며 이상하게 몸에서 나오는 것들을 참거나 숨기는 게 안 되더군요. 하품은 입을 가리고 하는데도 계속되니 곤란하고 방귀는 화장실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니 길을 가다 혹은 지하철 이동하며 사람이 있나 살피고 소란스러운 틈을 타서 끼고 나야 시원해요. 길을 걷던 어르신의 방귀 소리를 들어도 이해가 가더군요. 예전 같으면 ’아니 방귀를 왜 저렇게 뀌는 거야? 창피하지도 않나?‘ 했을 텐데 말이죠. 창피한 걸 모르는 게 아니라 몸이 예전처럼 조절이 안 되는 거였어요.


한동안은 피로감이 가시질 않았어요. 자고 나도 저녁이 되면 다시 하품이 나오고 잠은 오지 않고 밤에 못 자니 아침에도 상쾌하지 않았죠. 결국 하루종일 피로함의 연속이었어요. 갱년기는 모든 것이 갑자기 시작되고 동시에 시작된다고 했죠.


눈이 좋았던 사람은 조금 눈이 나빠져도 불편함을 견디기 힘들어해요. 전 눈이 학창 시절부터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잘 안 보이는 것도 웬만큼 참고 대충 보기도 하거든요. 물론 그마저도 이젠 돋보기 없이는 까막눈이라 글을 읽을 수 없게 되었지만요. 건강한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원래 건강했기에 조금 건강이 나빠지는 몸의 증상들이 엄청 불편해요. 제가 그런가 봐요. 감사하게도 건강체질이라 아픈데 없이 지내다 여기저기 새롭게 나타나는 변화가 불편하고 성가시네요.


갱년기는 통상 10년이라고 하는데…. 극복이란 표현보다 동반이라고 하려고요. 잘 데리고 살아야죠. 내 몸이 갱년기에 익숙해지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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