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인데 화를 내는 나를 보며 남편도 아이도 “당신 달라졌어. 이제 참는 게 없어. 그만 해요.” 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동안 내가 참아왔잖아요. 부모님과 함께 살며 늦잠 한 번 못 자고 직장 생활하며 휴일이면 형제들 와서 쉬지도 못했는데….” 내 입에서 지난날을 늘어놓고 있었어요. “그때는 안 그러더니 인제 와서 왜 그래?” 묻는 남편에게 “그때는 나이도 어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대답을 하며 ’아~ 내가 갱년기 증상에서 심리적인 건 없다고 했는데 아니구나. 나도 ‘화’를 내네.‘ 알게 되었어요. 그럼 그 후론 화를 내지 않았냐고요? 아니요. 깨달았다고 바로 멈춰지진 않더라고요. 화가 나면 참아지지 않아요. 분노조절 장애인가 싶을.
남편이 죽도록 밉다는 책 속의 갱년기 여성을 보며 ’왜 남편을 저렇게까지 미워하지? 아직까지 남편이 좋을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죽도록 미울까?‘ 했어요. 남편이 미우니 남편이 하는 행동에 화가 나겠죠. 아마 별일 아닐 거고 예전의 일들이 쌓인 걸 참다 갱년기가 되어 폭발했을 거예요.
아이가 어릴 때, 한동네 사는 아이 친구 엄마가 섭섭한 행동을 해서 남편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내 말을 들은 남편은 “그럴 땐 당신이 이렇게 했어야지.” 하는데 아이 친구 엄마에게 느낀 것보다 남편에게 더 섭섭하고 화가 나더라고요. 저는 그냥 들어주고 “그 엄마 뭐 그러냐. 당신 기분 나빴겠다.” 정도면 충분했어요. 여자는 공감만 해주면 되는 데 남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해결책을 제시하죠. 정의의 사도가 된 양 잘잘못을 따지면서 행동지침을 알려주며 같이 사는 부인의 감정이 상하는 줄도 모르죠. 오죽하면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하겠어요.
갱년기가 되니 저 역시 남편에게 “당신은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면 안 돼?”라며 과거에 멋모르고 혹은 억울하게 참았던 화를 내게 되더군요. 사실 남편이 부인에게 무조건 편들어준다고 해서 부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모르지 않아요. 오히려 남편이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잘 했어.” 해주면 “그래? 하긴 나도 잘한 건 없어. 다음부터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어.”라며 말로 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느껴요.
화는 옆에서 참으라고 하면 더 화가 나요. 화는 2차 감정이라 1차 감정은 다를 수 있다는 거예요. 슬퍼서 화가 난 건지, 억울해서 화가 난 건지 본인만 알 수 있겠죠. 아니 본인도 모를 수도 있어요.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화가 나요.”라고도 하거든요. 그래서 한발 뒤로 물러나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봐야 해요. 화가 나는 순간들이 언제인지, 특정한 사람인지, 어떤 단어인지, 행동인지 등을요. 저는 ’이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 나이가 몇인데 내가 싫은 걸 참으면서 살아야 해. 그동안도 많이 참았는데….‘ 그러면서 화병이 별 게 아니구나. 예전의 어머니들이 열난다고 가슴을 치며 화를 내는 모습이 이런 감정들이구나 알게 되었죠. 저의 감정을 알고 나니 화를 내기보다 내 감정을 설명하게 되더라고요. 가족들도 말로 하지 않으면 몰라요. “이런 말들(행동)이 나를 화나게 해. 그러니 이렇게 해주면 안 될까?” 부탁을 해보세요.
최근 워크샵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쓰고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저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였어요. 이 말을 들었다고 안하무인처럼 막 행동하지 않아요. 아시겠죠? 갱년기를 겪는 엄마와 부인이 있다면 “잘 했어. 당신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해주세요.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말로 하는 건데 어렵나요? 정 그렇다면 “당신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 괜찮아.”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