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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Jun 21. 2019

서로 못 보는 것을 읽어주는 것이
화해조정위원이다

우리가 능력이 뛰어나서 중재를 하는 게 아니에요서로가 못 보는 현상을 읽어주는 거죠.”     


아들의 첫 번째 소년재판에서 판사는 그날 처분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법원에서 마련한 화해조정위원회에 참석하라고 했습니다. 상담심리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해서 피, 가해자가 만나 못한 이야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왜 인지 모르지만 결국 화해조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최종 심리로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화해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과연 합의가 가능한 걸까? 마침 법원에서 화해 조정을 하는 활동가를 알게 되어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은 무어라 불릴까? 

“매년 초 1분기에 해당 법원에서 모집을 해요. 명칭도 다 달라요. 가사 상담위원회, 가사조정위원회 등 “

이 00 위원은 2010년부터 2018년인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간에 해외에 있는 3년을 제외하면, 4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화해조정위원을 해보지 않았으니 진행과정도 궁금했습니다. 법원에서 활동하는 위원회로 알리면 각 위원들에게 다시 연락해서 특화된 적임자나, 반대로 사례에 대한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있는 위원이 아닌 활동가로 선정됩니다. 

시간이나 횟수는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이것 역시 케이스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보통 15분에서 30분 정도 법원의 지정된 공간에서 합니다. 별도의 공간인 판사 사무실에서 하기도 하고 1시간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간혹 여러 번의 만남이 필요한 경우 활동가가 타당한 이유를 보고서에 작성하면 대부분 후속 만남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판사는 위원 활동가들이 다양한 분야의 경험자라고 했습니다. “맞아요. 사회복지사도 있고 은퇴한 교장선생님도 있어요. 의사, 상담사, 경찰도 있고요.” 그럼 자격 기준은 무엇일까? “대부분이 추천제예요. 각자의 경험에 대한 신뢰가 있는 사람들이죠.” 모집방법, 시기는 각 지방법원마다 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4년의 활동기간 동안 만나본 사람도 많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물어보았습니다. 조손가족이었는데 할머니가 제대로 돌봄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남자 형제로 작은 아이는 특히 돌봄이 필요한 아이였습니다. 시설에 위탁하는 것을 할머니께 말씀드렸고 한동안 시설에 있었습니다. 결국 할머니가 다시 데려오기를 원해서 데려갔습니다. 이후 큰 아이는 다른 재범으로 또 만나게 됐다고 합니다. 본인의 노력으로도 안 되는 한계를 느끼며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잘 안 된 사례가 기억에 남는 것은 상담사들의 공통점입니다. 


많은 경우 법원까지 왔다면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아서입니다. 그런데 원만히 합의를 도출해낸다는 것은 위원들의 능력에 달린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아니에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능력이 뛰어나서 중재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전 조정이란 말 좋아하지 않아요. 우린 최대한 많이 들어줘요. 들으며 많이 참아요. 나서고 싶을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어요. 서로가 못 보는 현상을 읽어주는 거죠. 그럼 스스로 알아차리게 돼요. 역동이 생기고 전환이 일어나죠.”타협점도 합의도 그들이 스스로 찾아낸다는 거였습니다. 들어주고 그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들에게 공통의 마음이 있습니다. 각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하던 것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하는 공통된 마음이 있을 테니 서로 공감을 하게 됩니다. 가해자의 부모도 마음 아프다는 걸 나 역시 겪어보고서야 알았습니다. 


활동가들은 교통비 정도의 적은 비용을 받으며 활동합니다. 이 00 위원의 바람은 무엇일까?

“저는 한 부분을 담당할 뿐이에요. 저와의 만남 이후는 어떨지 알고 있으니, 사회적 관계망이 있어서 그들에게 안전지대가 있으면 좋겠어요.” 

적은 활동비를 받으며 활동하지만 보람이 있을 것 같아 물어보았습니다. 우문현답처럼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참여한 사람이냐고 다시 물으니 “나도 포함해서요.”라는 대답이었습니다. 타인의 성장과 더불어 나의 성장을 경험하는 것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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