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보 학교폭력 상담사입니다. 청예단(청소년 폭력 예방재단)에서 전화상담 자원봉사를 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청예단에는 여러 상담사들이 있지만 내담자가 지명해서 상담을 원하는 특별한 전 00 상담사가 있습니다. 옆에서 겪어보니 왜 그런지 짐작이 갑니다. 햇병아리 상담사가 베테랑에게 전수받는 마음으로 궁금한 점을 물어봤습니다.
우선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2009년 1월부터였으니 10년 차가 됐네요. 84학번으로 심리학을 전공을 했어요. 정신보건 임상심리사 2급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고, 폐쇄 병원에서 실습도 하고 시험을 봐서 합격을 하고 결혼을 했어요. 전업주부로 육아만 하고 살다가 둘째가 중학교를 가고 그래서 봉사를 하고 싶은데 설거지하는 것보다 상담을 조금 더 잘할 것 같았어요. 마을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우연히 상담 자원봉사 모집 공고를 봤어요. 찾아와서 면접을 보고 시작했어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화 상담을 하고 있는데 계속하는 동기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굉장히 내성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상담이 저에게 맞았어요. 제가 목소리에 예민한데 처음 전화할 때 목소리와 끊을 때의 목소리가 다른 게 ‘최소한 내가 그분한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했구나.’ 그런 게 날마다 뿌듯했어요. 작은 기여. 나에게 효능감으로 느껴져서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 00 상담사의 목소리가 남달리 부드러워서 그랬을까. 내담자의 목소리에도 예민하다는 말이 대면상담으로 확인할 수 없는 표정과 몸짓을 목소리로 헤아리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지금까지 상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담자는 누굴까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굉장히 많았는데……. 작년 여름에 학교 밖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왜 저만 이렇게 피해를 당해야 하나요?” 하며 정말 꺼이꺼이 울었어요. 영재였던 아이가 주위의 시기심으로 피해자가 되고 결국 학교를 자퇴했대요. 지금은 고3 나이로 연극 활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중간에 전화가 끊겼어요. 다시 전화를 했는데 통화를 못했어요. 지금도 그 아이 전화번호를 스티커로 붙여놨어요.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고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아쉬웠어요.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많이 하지 못해서……. 전화상담의 어려움이에요. “ 저 역시 도움을 주지 못했던 상담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마음이지요.
오랜 기간 상담을 했기에 나름의 학교폭력의 대안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부모교육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부모로서 허용이 아닌 수용을 해주는 것,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양한 시선으로 총체적인 접근을 해서 시스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청예단은 피해자, 가해자 구분하지 않고 상담을 합니다. 또한 학교폭력 예방법이라는 구체적이고 법률적인 내용으로 상담을 해야 합니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안처리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 학교폭력은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저 연령 화가 가장 큰 변화예요. 요즘은 초등 저학년, 유치까지 내려갔어요. 기본 인성을 경험하지 못하고 폭력인지 인지하지 못하죠.”
이어지는 질문에도 선배 상담가가 후배에게 전해주는 어조로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오히려 가해자 엄마로 상담봉사를 하는 나에게 ‘대단하다’며 칭찬으로 마무리하는 걸 보며 역시 몸에 밴 상담가구나 느껴졌습니다. 왜 전 00 상담사와 1시간에서 3시간씩 오랜 시간 상담을 하나 싶었는데 제가 이야기를 해보니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됐습니다. 전 00 상담사는 단지 “그때는 어떠셨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그 말을 들은 내담자는 그때부터 속에 있는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만약 학교폭력에 관해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청예단에 전화(1588-9128)해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화상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면 홈페이지 모집공고를 잘 보고 지원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