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자식키우는 부모로...
부모 마음은 똑같다?
『침묵의 거리에서』는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입니다. 학교폭력에서 비행청소년 이야기를 다룬 책과 드라마를 여럿 봤지만 『침묵의 거리에서』만큼 제대로 쓴 것을 아직 못 봤습니다. 피, 가해자 입장뿐만 아니라 사건과 관련된 학생, 교사, 기자, 경찰, 검찰 등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학생 나이의 아이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작가구나 싶었습니다. 아니면 정말 준비를 많이 하고 글을 썼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할 수 있는 사건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심정을 다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두 권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번 북리뷰에서는 피, 가해자의 부모에 심정에 대해서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자 부모의 마음은 ‘사과하지 않는 상대에 대한 괘씸함‘입니다.
“아들의 장례식이 끝난 뒤로 학교도, 경찰도 그녀를 모른 척했다. 자식을 잃은 어미가 여기 있는데, 세상은 상관없이 돌아갔다. 그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가해자 측에서는 지금까지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애도의 말도 없었다. 그 네 사람이 자숙하지 않고 평소처럼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니…….”
피해자 엄마의 마음입니다. 자신의 아이는 상대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아무런 사과도 없고 반성도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상대 아이가 행동하지 않았으면 자신의 아이가 힘들어할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죽고 없는 책에서의 상황처럼 극한 상황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신체적인 피해를 입은 것도 힘들지만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학교를 못 가겠다며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부모로서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고통입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어떤 상황이고 심정이라고 해도 제일 처음 해야 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입니다. 시기가 중요합니다. 알게 되면 무조건 처음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면 일은 순조롭게 풀립니다. 괜히 인정했다가 손해 보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행위가 있었다면 최우선입니다. 이메일로 상담해온 어머니는 직접 손편지를 써서 사과를 했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였는지 상대 어머니가 학폭 자치위에서 좋게 말해줬다고 합니다. 당연히 처벌도 크게 나오지 않았고요.
가해자 부모의 첫 마음은 ‘무조건 자기 자식을 감싸고’ 싶습니다.
“게이코는 이제야 마음을 놓고 온몸의 긴장이 풀어지는 걸 느꼈다. 내 자식만 안전하면 된다. 그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 설사 세상이 어떻게 되더라도.”
책에서 가해자 중 한 명의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한 대목입니다. 학폭 전화 상담하는 상담사들은 가해자 어머니가 너무 이기적이고 못됐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 부모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제가 가해자 엄마였기에 잘 압니다. 아무리 내 아이가 잘못했더라도 그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자식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부모이기에 내 자식을 보호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어있습니다. 상대 부모와 아이에 대한 생각을 일차적으로 한다는 것이 머리로는 당연하나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평상시에도 어렵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것과 행동을 하는 것은 다릅니다. 내 감정이 그렇다고 상대에게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는 상대의 감정이 있고, 어찌 보면 피해자 부모로의 감정은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감정을 충분히 받아줄 수 있는 사람에게 표현하고 털어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하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나선 부모인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현명한 부모라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하고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회피하거나 숨기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유진과 유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가해자 부모가 드는 또 하나는 마음은 ‘회피’입니다.
“겐타가 아동 상담소로 송치된 뒤로 게이코의 가슴속에는 두려운 일은 모두 나중으로 미루고 싶다는 도피뿐이었다.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혹시 모든 게 끝나지 않을까. 그런 어린애처럼 물러 터진 생각이 있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듯, 도망치고 싶은,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누가 좀 도와줘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불안에 깔려 형체조차 없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회피하고 싶습니다. 당연합니다. 안 좋은 일일수록 더 합니다. 하지만 회피하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후 일은 더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 당시는 별문제 없이 지나가는 것 같지만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기에 나중에 더 크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전학을 가겠다는 가해자, 피해자에게 오히려 힘들더라고 견뎌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어려움도 이겨내는 힘이 생깁니다. 물론 심각한 상황, 즉 분리해야 하는 사안이라면 다릅니다.
지금의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방법은 피, 가해자를 가려내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고 상담하면서 느낀 것은 우선 양쪽의 아이와 부모에게 충분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2주(14일) 이내 학폭을 열어야 한다 라는 조항이 있기에 빨리 처리해야 하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신속히’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과정 중에 충분히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창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판하지 않고 감정을 들어주는 것, 그리고 나야 그다음으로 취해야 할 행동을 이야기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학폭도 그랬습니다. 학교에서는 학폭 사건이 있었으니 언제 학폭이 열립니다 라고 통보합니다. 참석여부를 물어봅니다. 아이는 사건에 대해 경위서를 작성합니다. 학폭이 열리고 자치위에서 사안에 대해 알려주고 할 말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아이를 두둔한다거나 상황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하면 반성하지 않는 태도라며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물론 담임교사나 아이를 통해 사건에 대해 확인하고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양쪽 다 처음 겪는 일이고 당황스럽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누굴 찾아가야 하는지, 뭘 알아봐야 하는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교사들은 학폭 책임교사를 맡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행정처리만으로도 벅찹니다. 그러기에 모든 걸 학폭 책임교사에게 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청예단처럼 전문 상담을 해주는 기관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학교에 상담교사를 더 많이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 학년별로 한 명은 있어야 합니다. 학폭 진행하면서 조사를 위한 상담이 아닌 심정을 들어주는 상담사가 있다면, 그 상담을 꼭 거치게 한다면 낫지 않을까 합니다.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이것은 꼭 아이들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부모에게도 꼭 필요합니다. 제게 전화나 이메일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님들의 경우를 봐도 제가 특별히 해드리는 것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방법을 알려줍니다. 어떤 경우는 전혀 도움을 줄 수 없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어디에도 이야기할 때가 없었어요.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감사해요.”라고 합니다. 감정은 틀린 것이 없다고 합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 혹여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표현하고 나면 오히려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도 결국 감정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고 다루는 데 미숙합니다. 부모가 먼저 아이에게 감정을 드러내고 아이의 감정도 받아들이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가정에서 일상에서 삶으로 살아본 아이는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그렇게 살아갑니다. 어렵지만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음엔 책을 통해본 중학생 아이들의 마음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