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내가 부모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유진과 유진]은 이금이 작가의 책이예요. 십년도 더 된 책이지만 꽤나 유명하고 여전히 읽히고 있죠.
동명의 유진이,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이에 대해 두 집의 부모가 서로 다른 대응을 했어요. 작은 유진은 없었던 일로 덮고 이사를 가버려서 기억조차 없애버렸죠. 큰유진은 같이 아파하며 상처를 치료해 나갔고요. 그 두 아이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 되고 큰 유진은 작은 유진에게 아는 척을 하죠. 기억이 없는 작은 유진은 이상하다며 피하다 알게 되요. 둘이 같이 가출을 하게 되면서 또다시 두 집의 다른 반응을 보게 돼요.
다음은 작은 유진이 춤을 추며 방황하는 시기에 만난 희정언니가 한 말이예요.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누구에게나 학폭이건 성추행이건 원치않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사건이 있고 난 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거죠. 상담을 해보니 더욱 잘 알겠더라고요. 그저 지금의 상황에 화를 내거나 감정적 처리만을 원하는 사람, 현실적인 대처를 하려는 힘들어 회피하려는 사람, 어찌할줄 몰라 당황하기만 하는 사람, 슬퍼하기만 하는 사람,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사람, 수순을 알아보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사람 등등. 무엇보다 당사자와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하길 바라는지 잘 생각하고 이후의 일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해요. 당장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지금 힘들더라도 회피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는 것이 상처가 되지 않더군요.
“감추려고, 덮어두려고만 들지 말고 함께 상처를 치료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상처에 바람도 쐬어주고 햇볕도 쪼여주었으면 외할머니가 말한 나무의 옹이처럼 단단하게 아물었을 텐데.”
작은 유진의 외할머니는 자신의 딸(작은 유진의 엄마)이 덮지 말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사람의 기억이란 믿을 게 못돼서 얼마든지 왜곡도 가능하고 삭제도 가능해요. 너무 아픈 기억은 스스로 없애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이죠.
저와 수업을 하는 고등학생은 중학교 때 이 책을 읽었고, 읽으면서 두 어머니 모두 이해가 되었다고 해요. 충분히 둘 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는 거죠. "하지만 제가 그 상황 속의 엄마였다면 제 성격상 그냥 넘어가진 않았을 것 같아요. 원장을 찾아가서 분명 화를 내고 이야기했을 거고 해결을 위해 무엇이든 했을 거예요."
그러면서 큰 유진의 남자친구 엄마(변호사인가 인권 운동가인가)가 큰 유진이 그런 일을 당한 아이라며 사귀지 말라고 하는데, 고등학생이나 된 남자가 엄마가 사귀지 말라고 그말을 따르는 걸 '마마보이'라며 싫다고 하네요.
사실 전 그 엄마의 그 말을 보며 같은 여자이고 엄마이면서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유치원 때 있었던 성추행을, 그것도 아이의 잘못이 아닌 어른의 잘못인데... 본인은 아들이라 그런가 싶기도 했어요. 그 사건이 있을 때 나서서 변호를 하기도 했으면서 자신의 아들이 사귄다고 하니 반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가증스러웠어요.
과연 내가 부모였다면 어땠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에게 생긴 일.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