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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Jan 11. 2019

찰칵

[취향도감] 카메라 따위가 뭐라고

폰에 담은 봄


   벚꽃이 지고 반가운 왕 겹벚꽃이 피었다 길래 친구와 봄 소풍을 갔다. 부산 민주공원엔 꽤 자주 갔던 터라 발걸음이 가볍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왔고 각자 눈에, 카메라에 꽃을 담고 사랑하는 사람을 담는다.
   카메라는 핸드폰부터 DSLR까지, 단렌즈부터 대포까지 다양하다. 


폰에 담은 그날 저녁


   2000년 초반 디지털카메라가 막 나와서 붐이 불었고, 나도 똑딱이 하나를 사서 카메라 동호회에 들었다. 동호회 활동을 하다 보면 장비 뽐뿌를 받는다. 나도 그랬다.
   얼마 되지 않아 DSLR을 샀다. 작은 카메라로 자동모드로 찍었던 것을 렌즈를 바꿔가며 수동모드로 찍는 법을 배웠다. 출사도 어마어마하게 다녔다. 부산을 벗어나서 계절마다 포인트를 찾아 열심히 찍었다. 가족과 친구들, 풍경 사진 등 디지털이니 막 찍고 싸이월드에 막 올리는 시기가 있었다. 그땐 그게 또 그렇게 좋았다.
   
   어느 순간 스마트폰이 나오고, 그 사양이 점점 좋아지면서 스마트폰의 화소가 카메라의 화소를 앞지르는 때가 왔다.
   나는 그 이후부터는 카메라를 메고 다니는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녔다. 어차피 디지털이니 기본적으로 보정한다 생각하니 폰이 훨씬 유용했다. 


폰에 담은 그곳의 눈


   친구와의 소풍에서 여전히 무거운 카메라를 가지고 온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순간, 나도 카메라로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찍는 것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한 번씩 역시 카메라로 찍어야 해,라는 아쉬움이 있었던 터였다.
   
   하마터면 가볍게 간 봄 소풍이 무거워질 뻔했다. 스마트폰에 찍힌 친구가 너무 이쁘고, 폰 속에 담긴 꽃이, 하늘이 화사하고 빛이 났다.
   폰의 작은 화면에 가득 찬 봄을 바라보고 있으니 카메라 따위, 하는 마음이다.
   DSLR 카메라면 어떻고, 스마트폰이면 어떤가.
   이 봄을, 내 일상을, 내 이야기를 담기엔 부족함이 없다.


폰에 담은 나의 하루


   그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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