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도감] 뭉클한 상상이라면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저학년 때엔 교내에 사이렌이 울리면 책상 밑으로 들어가서 대피하는 훈련을 했고, 고학년까지 반공 포스터를 그렸다. 극장에선 ‘우뢰매’를 상영하기 전에 ‘공산당이 싫어요’ 같은 무서운 방공 영화를 먼저 상영했다. 대학생들의 시위로 매일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고, 88서울 올림픽이 불바다가 될 거라는 말이 뉴스에 나왔었다.
정말 전쟁이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전쟁은 없었다.
청소년이 되면서 ‘사회’와 ‘역사’과목이 더 구체화되면서 통일이 될랑가? 싶었다. 일말의 기대랄까. 그러다 평생 살 것 같던 김일성이 죽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데모는 계속 있었다.
그땐 전쟁도, 평화도 나에겐 먼 단어일 뿐이었다.
시대가 변했다.
남쪽도 몇 번이나 정권이 바뀌었고, 북쪽도 3대 김정은 체제가 되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손을 맞잡았고, 밝게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올해 안에 종전 선언을 하겠다고 공표했고, 완전한 비핵화도 약속했다. 멀디먼 (아, 멀다 하믄 안되갔구나~) 단어들의 나열을 두 정상이 나란히 알아들을 수 있는 ‘같은 언어’로 발표하는데 정말 뭉클했다. 보도되는 여러 매체의 뉴스들을 돌려가며 보면서 하루 종일 감격을 즐겼다.
‘통일’이란 단어가 현실로 바짝 다가왔다.
확실히 시대가 바뀌었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 치러지는 또 한 번의 지방선거. 이번엔 내 주위 사람들이 시의원, 도의원 등의 후보로 나선다. 바로 옆에서 지역 사회를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활동했던 나의 친구, 나의 이웃들이 정치에 발을 들인다. 재작년 겨울부터 아니 그전부터 우리와 같이 촛불을 들고, 정치라는 게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라며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의 발걸음이 조금이나마 가볍기를 격하게 응원한다.
오늘의 나의 소확행은
"옥류관 부산점"이 오픈되어 거기서 평양냉면을 먹는 그날을 상상하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