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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Jan 11. 2019

한낮, 바람이 분다 - 오수(午睡)

[취향도감] "반짝반짝"

   2013년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남주 ‘오수’ 역할을 조인성이 맡았다. 돈 때문에 친구의 여동생 오영에게 접근하는 인물이다. 막살던 이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를 가지게 된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오수의 사랑하는 오영에 대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랑과 드러나는 사랑을 보며 알 수 없는 은근한 위로를 받았다.
 
   직장 다닐 때 나에겐 주말에 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 있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별일이 없으면 오후 세시쯤 낮잠을 자는 것이다. 평일의 나른함을 보상받겠다는 듯이 2시간 정도 잔다.
 
   토요일 오후 세시의 나른한 낮잠은 스트레스를 받던 나에게 위로였던 것 같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딱 좋은' 시간이다.
   나에게 잠시 눈 붙여도 된다고 속삭여주고 괜찮다고 두툼한 이불로 토닥여준다.
   세상 편한 자세로 누워 눈을 감고 자기 전에 느껴지는 노곤함을 ‘행복’ 말고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적절한 소확행 아니겠는가.


오수를 즐기는 반짝반짝 빛나는 보검

   



   오가와 이토의 책 「츠바키 문구점」에서 바바라 부인은 주인공 포포에게 행복해지는 주문을 알려준다.
   “있지, 마음속으로 반짝반짝,이라고 하는 거야.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그것만 하면 돼. 그러면 말이지, 어둠 속에 점점 별이 늘어나서 예쁜 별하늘이 펼쳐져.”
 
   드라마에서 오수는 빛이 난다.
   책을 보다 벤치에서 햇빛을 받으며 잠시 눈을 감은 보검이도 빛이 난다.
   한숨 자고 나면 나의 일상도 반짝반짝 빛나길 바란다.
 
   이번 주 오수에 들기 전 주문을 외워야겠다.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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