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도감] 잔인한 계절엔 좀 아파도 괜찮다
4월은 잔인한계절.
누구나 머리에 한두 개씩 꽃잎을 얹고 다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때가 되어 꽃이 지고, 바람과 비로 꽃잎이 흩어진다.
쌀쌀한 것 같지만 반팔 옷이 어색하지도 않다.
봄은 다른 계절보다 짧다. 그만큼 밀도가 높다.
눈에 꽉 차게 꽃이 피고, 마음이 확 트이게 하늘도 충분히 푸르다.
사연이 없어도 행복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봄을 아쉬워하는 것은 그를 보내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다.
사진을 찍고,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쓴다.
마치 모든 예술이 봄을 위한 것만 같다.
이런 식으로 봄을 맞이하고 보내며 아파하는 것을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4월은 좀 그래도 된다.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금방 보내줘야 한다. 그래야 다른 계절을 불러오고,
내년 이맘때쯤 슬그머니 다시 온다.
땅속에 웅크렸다가 개구리와 같이 오는 것인지, 어디선가 부는 바람과 함께 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부르지 않아도 기다리면 온다.
나도 봄도 서로 잊지 않아서 이렇게 마음껏 그리워하고 아파할 수 있는 게 좋다.
봄엔
정신도 좀 없고, 그저 멍하니 앉아 있고, 노곤함에 꿈도 많이 꾼다.
그렇게 봄을 맞이하고 보내주면 된다.
역시 4월은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