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도감] 타인의 손길
어릴 땐 어떤 머리 스타일을 해도 마음에 들었다.
머리하기 전에도 막 설레고 하고 나서도 그저 기분이 좋았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 스타일 바꾸는 게 그저 기대되고 좋았다.
완성된 머리를 거울로 확인하는 순간이 정말 확실히 행복한 순간이었다.
요즘은 좀 달라졌다.
나이가 드니 어떤 스타일로 바꿔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완성된 후의 소확행은 없어졌다.
지금은
내 손을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이 머리를 감겨주는 것이 너무 좋다. 두피 마사지까지 해주니 훨씬 더 시원하다.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데 머리를 만져주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샴푸실에서 눈을 가리고 미용실 스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 물론 스텝은 계속 손을 움직여야 해서 힘들겠지만.
나는 거의 1년에 한 번씩 누리는 이 호사가 너무 행복하다.
이번에도 역시 바뀐 머리 스타일은 딱히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시원하고 가볍다. 기르다 보면 나아질 것이다.
예전 할머니들이 왜 미용실에 그렇게 자주 가셨는지 알 것 같다. 나도 그 나이가 되면 그 수순을 밟겠지.
순리란 그런 것 아니겠나 싶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