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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Jan 11. 2019

믹스커피의 아우라

[취향도감] 내면의 평화_이너피쓰_가 필요하다면





   회사를 다니는 9년 동안은 믹스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운동한 게 아까워 믹스커피보단 원두를, 또 커피보단 차나 물을 마셨다.
   언제부터 믹스커피가 좋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
  
   나는 커피전문점을 운영할 때도 좋은 원두가 있음에도 한 번씩은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 마셨다. 믹스커피는 단 맛으로 마신다. 맛도 맛이지만, 뭔가 기분 좋은 향을 발산한다.
   웬만한 스트레스가 생기면 일단 뜨거운 믹스커피를 한 잔 탄다. 그러고는 컵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따뜻한 기운을 느낀다. 손에 뜨끈함이 느껴지면 살짝 코를 가져가서 달달한 향을 맡아본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면서   “음~”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광고에 나오는 이런 장면이 절대로 과장이 아니라는 걸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여기까지다.
   그러고는 커피 잔에서 내뿜는 '괜찮다' 기운을 느껴주면 된다. 커피를 마시고 안 마시고는 그다음이다.
     
   단 커피에 한없이 단호한 K에게 이를 설명하자니 어렵다.
   커피 잔 뒤로 몽글몽글 올라오는 그 기운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어떤 때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따뜻함 때문에 엄청난 위로를 받기도 한다.
   믹스커피를 타 놓은 커피 잔은 그 주위 공기가 달라진다. 맛이 어떠하고 향이 어떠하다는 것으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나는 이 공기를 ‘믹스커피의 아우라’라고 부른다.
     
   진정한 내면의 평화(inner peace)를 바랄 때
   이렇게 믹스커피를 타놓고 잠시 멈춰있으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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