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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시작이다!!

제1회 가족 독서모임, 갈매기의 꿈

지난해 9월 시작한 가족 독서모임, 서랍 속에 저장해 둔 글을 하나씩 꺼내 보려고 한다.


제1회 가족 독서모임, 갈매기의 꿈

2019. 9. 27 (금), 커피랑 도서관

제1회 가족 독서모임, 갈매기의 꿈

특별한 날이다. 제1회 가족 독서모임을 진행한 날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책은 내가 선정했다. 페이지 수가 적어 부담 없으면서도 내용은 좋은 '갈매기의 꿈'으로 정했다. 몇 년 전 읽고 꽂아뒀던 책이다. 한 달 동안 적절히 돌려가며 읽기로 했다. 친구와 수다로 제일 바쁜 딸아이에게 가장 먼저 읽을 기회를 줬다. 그런데 빨리 넘어오질 않는다. 중간 점검도 한 번씩 하면서 모임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독촉을 하기도 했다.


남편이 대안을 제시한다. 탭에 다운로드해놨으니 번갈아가며 보란다.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긴 하지만 가능한 한 책으로 읽으면 좋겠다고, 한 달이니 한 사람당 한 주 정도인데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매일 조금씩 읽으면 충분한 시간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물론 바쁘거나 부득이하게 상황 안될 때는 남편이 제시한 방법도 좋다. 그렇지만 가능하면 책장을 넘기는 손맛과 함께 음미하며 읽을 수 있는 종이책을 권한다.

"먼저 읽을 사람 읽고 여기다 올려두세요." 거실 벤치에 올려둔다. 딸아이 얘기다. 그렇게 책으로 전자책으로 읽었다. 독서모임을 며칠 앞두고  카톡에 공지가 올라왔다. 남편의 공지와 함께 독서 일지를 출력해  서재 방 게시판에 걸었다.          

                                              

그리고는 몇 년 전에 한번 읽었던 책이라 미루고 있던 갈매기의 꿈을 서둘러 다시 한번 읽고는 손으로 쓰는 것보다 워드가 편해 독서 일지에 담았다. 재독의 느낌도 좋고 특히 독서와는 무관하지만 소중한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대해 한 달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느낌도 좋았다.                                         

10개월 전, 아들 녀석 얼굴에 여드름이 없네^^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들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 평생학습관 수업 후 서둘러 온 나, 당초 9시에 가기로 했지만 간단한 저녁과 함께 10시로 늦어졌다. 걸어서 3분 거리인 커피랑 도서관에 들어서자 평소와는 달리 빈 좌석 하나 없이 열공모드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열기가 느껴진다. 순간 아찔한 마음마저 들었다. 평소 이 시각이면 느긋한 아들은 시험과는 큰 상관없이 제 할 일을 하고 있었을 텐데 생각하니 조금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말은 안 했지만 아들도 보고 느끼는 게 있었으리라 미루어 짐작해본다. 공부하러 온 친구도 꽤 여럿 만난 모양이다. 미리 예약해둔 스터디룸으로 들어갔다. 시킨 음료가 들어오고 가족의  첫 번째 독서모임이 시작되었다.   

               

개정판이 나왔지만 우리는 책꽂이에 있던 오래된 책이다. 내가 선정한 도서니 진행도 내가 해야 한다. 말문을 열었다. 가끔씩 이런 책이 좋더라라고 책 추천은 해왔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이 모인 자리라 그 진행이 조금은 어색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수강생을 대하듯 자연스러웠다. 동기부여가의 꿈을 가지고 있는 나, 라이프 코치로의 꿈을 가지고 있는 나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그 방향으로 흘러간다.         

오늘은 첫날이니만큼 다시 한번 취지 설명과 어떤 순서로 진행할 거라는 안내가 함께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발표하고 의견을 덧붙이기도 하고 그에 따른 각자의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며 공감의 장이 펼쳐졌다. 돌아가며 나름의 줄거리 요약에 대한 발표가 끝나고 이번엔 인상 깊었던 내용과 소감 그리고 소중한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대한 얘기가 이어졌다.

소중한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대해 남편은 '추석 연휴가 있어 다른 달보다 가족들과 만나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고, 새로운 영어책을 읽으면서(영어의 틀) 새롭게 공부할 수 있었던 좋은 달이었다.'라고 한 달의 느낌을 남긴다.  남편의 영어공부 모습은 결혼하고 지금까지 계속이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하니 체크할 방법이 없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학원강사 할 거냐고 물으면 그때마다 멋쩍게 웃으며 "이 사람아 공부를 해야지 공부를!!" 그러고 만다.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은 좋은 거니까.                         

나는 한 달 동안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 식이였다. 사실 한 집에 살아도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고부터 대화를 길게 나눌 일도 거의 없는지라 누가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게 요즘이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그때의 느낌은 이랬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리수납, 중학교 진로수업, 학부모 교육 등 강의에 이어 오랜 지기들과 기장으로의 여행과 강사 동기와 만남에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틈틈이 독서와 블로그로 성장의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이번 추석에 새롭게 시도한 명절문화다. 차례 대신 성묘 가고 음식 준비하는 시간과 함께 늘 남아서 골칫거리였던 차례 음식 대신 먹고 싶은 음식을 추천받아 집당 1-2가지 음식을 해서 명절 아침에 만나는 일종의 포트럭 파티 형식이었다. 이 제안은 60 중반을 훌쩍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을 하고 계시고 새벽 5시에 일어  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소식과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여전히 멋진 청년의 모습을 자랑하는 작은 아버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맛있는 음식 만들어 그 음식 나누며 느긋하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공유하며 공감과 칭찬, 격려의 추석 문화, 상에 올라온 모든 음식은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다. 시간, 금전, 정신적인 면에서 경제적인 현명한 명절문화가 새롭게 시작된 의미 있는 달이기도 했다.           

아들은 '낭비하는 느낌이 강했다(돈, 시간) 시간 낭비는 좀 아까웠다. 책상에 앉더라도 멍 때리고 있다가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고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는 자기만 했다. 시간을 더 활용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메타인지가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면이 부족한지 현재 내 주소를 아는 게 중요하다. 알아야 그에 따른 개선 방법도 나오기 때문이다. 시간을 허비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는 걸 알았으니 시간을 좀 더 알뜰하게 쓰면 좋겠다는 기대도 넣어본다.                                                                                         

에너자이저 딸아이의 소감은 '한 달이라는 시간을 너무 흥청망청 써버린 것 같아  너무 후회된다. 앞으로는 시간을 더 알차고 의미 있게 쓰고 싶다.'라고 남겼다. 내가 봐도 좀 그런 것 같았는데 네 말대로 더 알차고 의미 있게 쓰려무나!! 이렇게 한 달을 보낸 소감까지 공유하고 나니 2시간이 다 돼간다. 책을 좋아하는 남편에 이어 누구나 그랬겠지만 아들 녀석도 책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땐 밥 먹으며 책 한 권 읽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할 만큼 좋아했었는데 중학교에 들어오고 뚝 끊김에 많이 아쉬웠었다.


그래도 국어 과목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논술 수업을 통해 꾸준히 하고 있어서인지 말은 제법 조리 있고 깊이 있게 하는 아들이다. 얘기 끝에 환경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아들 녀석이 데미안에 대한 얘기와 함께 환경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마치고 나오는 길 네가 말한 환경 얘기를 톡으로 좀 보내달라니 왔다.              

 데미안은 자유의지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의지를 한 곳으로 집중시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자유가 아닌 의지를 어떻게 해야 한 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가, 주인공 싱클레어의 두 세계를 예시로 들어볼 때 그의 의지는 밝은 세계에 있을 때와 어두운 세계에 있을 때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주변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사람의 의지를 의도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물리적인 환경을 바꾸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환경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렇게 밤 10시에 시작해 12시 자정까지 진행된 가족의 첫 독서모임은 기분 좋게 마무리되었다. 딸아이는 어색한 듯 쑥스러워하기도 했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읽고 쓰고 말하다 보면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더불어 성장은 당연하다 이치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해답이 있을 뿐이다. 이 독서모임이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임을 진행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 눈을 보고  귀를 열어  들어주며  공감하는 적극적 경청이었다. 휴대폰이나 다른 그 어느 것이 아닌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한 그 시간이 가장 좋았다. 가족의 이름으로 시작된 독서모임,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길이 남을 우리 가족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오늘 아름다운 첫 번째 독서모임의 쉼표이자 마침표를 찍었다. 책으로 행복한 가족, BHFC의 첫발을 축하하며 책으로 가족으로 더불어 성장하는 두 번째 독서모임의 기대를 담아본다. 



이들 어릴 적 추억의 앨범, SNS속 기록을 소환했다.  잠시 추억여행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추억을 깔끔하고 편리한 디지털로 남기자. 추억을 소환하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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