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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푸는 재밌는 세계사

생활 속 10가지 식재료에 담긴 흥미로운 세계사

지난해 9월에 시작한 가족 독서모임, 서랍 속에

저장해 둔 글을 하나씩 꺼내 담고 있다.


제6회 가족 독서 모임(BHFC), 식탁 위의 세계사

2020. 2. 28 (금), 미니 북카페


최근에 두꺼운 책과 익숙지 않은 주제에 허우적거리다 오랜만에 얇고 가벼운 주제라  맘에 든다.   중1 딸아이로 책 선정이 쉽지 않아 청소년 필독서로 선정했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교 도서관에 책도 많지 않았고 필독서라는 단어 자체가 어색할 정도로 책이란 교과서가 전부이다시피 했었다. 요즘은 이렇게 필독서라고 친절하게 양서를 추천해 주니 얼마나 좋은가!!


지은이 이영숙
지은이 이영숙 저서로는 식탁 위에 세계사 외에 옷장 속의 세계사, 지붕 밑의 세계사가 있다.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세계사였고 시험용으로 공부했던 수박 겉핥기 식 공부였다. 그러다가 대학교 3학년 때 한 달간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로 바깥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고등학교 교사와 국제 학교 교사로 지내면서 세계사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한다.
목차

이 책은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 식재료인 감자, 소금, 후추, 돼지고기 등 10가지 재료와 관련된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낸 유익한 책으로 누구나 읽으면 좋을 흥미로운 책이다.



■ 포도 : 칠레산 포도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 차 : 아편전쟁이라는 큰일을 낸 작은 잎
■ 옥수수 : 미국을 방문한 흐루쇼프
■ 감자 : 아일랜드 사람들이 영국에 품은 원한
■ 빵 : 마리 앙투아네트를 둘러싼 오해
■ 바나나 : 유나이티드 푸르트사와 바나나
                      공화국의 수난
■ 후추 : 대항해 시대를 연 원동력
■ 소금 : 간디의 비폭력 저항
■ 돼지고기 : 대장정에서 문화 대혁명까지
■ 닭고기 : 프랑스의 선량한 왕 앙리 4세와
                     때를 잘못 만난  미국의 후버 대통령   이렇게 10가지 식재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6회 독서모임도 예정된 카페가 아닌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남편 퇴근 후 늦은 밤인 10시 30분에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창문 너머 구경만 했지 집 밖을 안 나간 지 2주가 다 돼간다. 지인이 전하는 꽃 소식과 함께 창 너머 공기와는 사뭇 다른 남편의 옷깃에 실려온 바깥공기에 외출을 대신하며 시작하기 전 인증샷부터 남긴다.


학교 다닐 때 역사 성적이 나쁘지 않았는데 역사가 나오면 공부 안 하고 뭐 했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약하다. 잘 모르는 부분이니 재미가 없고 학습으로 풀기엔 여유가 없다는 핑계가 있었다. 역사 관련 책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책이라는 선입견마저 있었다.  그랬었는데 청소년 필독서라 그런지 쉽고 재밌게 풀어 무척이나 흥미롭다.


특히 돼지고기 편에 실린 마오쩌둥과 장제스 이야기는  지난해 8월 엄마 팔순 기념으로 친정식구들과 함께한 대만 여행에서 보고 들은 얘기라 더 흥미로웠다. 지난 대만 여행에의 추억이 떠올랐다. 마오쩌둥이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 돼지고기이고, 껍질이 붙어있는 삼겹살에 간장을 넣고 볶다가 찌는 요리인 동파육이란 설이 있다. 동파육은 지난해 시댁 가족모임 때 아주버님의 소개로 음식점에서 처음 봤다. 다들 맛있다고 극찬을 했던 기억이 있다.


'차'편에 실린 영국과 인도와 중국의 삼각 무역 관계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차를 좋아하는 영국은 중국에서 차와 찻잔 같은 도자기 제품들을 끊임없이 수입하는데 중국은 기껏해야 모직물 약간에 향료 조금밖에 되지 않았고, 이를 심상찮게 여긴 영국이 궁리 끝에 떠올린 방안이 아편이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아편을 재배한 다음 다시 중국에 되파는 거였다. 아편전쟁의 결과로 맺어진 난징조약과 톈진 조약, 줄까지 그어가며 재밌게 읽었다.


친정집 마당 양귀비꽃

아편의 재료인 양귀비꽃 부분에서 외할머니 댁에  양귀비꽃을 보여줬다.  예전에는 양귀비꽃을 일반 가정집에서 키우면 안 되는 식물이었다고 하니 의아해했다. 꽃도 유행이 있는지 지난해엔 어딜 가나 양귀비꽃이 많이 보였다.


바나나는 일상에서 흔한 먹거리지만 담고 있는 슬픈 역사가 가슴 아프게 한다. 유나이티드 프루트 사라는 다국적 과일 기업은 비인간적인 경영으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중남미 국가들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과테말라 정권까지 바꿔버린 역사 지금까지 치키타라는 회사 이름으로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바나나가 약을 많이 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상상을 초월한다. 대규모 농장이라 경비행기로 5일에 한 번씩 1년에 60일이나 살충제를 뿌린다니 맛있는 과일임과 동시에 대표적인 환경오염 작물이라고 한다.




책 속 세계사와 함께 엄마 아버지 어릴 때는 바나나가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이었다는 말과 함께 여러모로 활용하기 좋은 바나나 박스의 활약에 대해 알아봤다.  칠레 포도 부분에서는 아들 녀석 어릴 적 칠레 포도 알레르기로 볼거리 하듯 부어오른 모습 얘기에 본인도 생각난다며 그 시절을 추억했다. 이렇게 책으로 함께해서 좋은 점은 때론 추억을 소환하며 누리는 소확행도 한몫 톡톡히 한다.  낯선 사실이 부모를 통해 익숙해지는 간접경험과 함께 세대공감이 이루어진다.


비폭력 저항운동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영국의 소금세에 대항한 간디의 비폭력 저항 운동으로 370km를 걷는 소금 행진이 이어진다. 60세가 넘은 나이로 40도가 넘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26일 밤낮을 걸었다는 게 존경심이 절로 났다.


남편의 신나는 책 추천

마냥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역사가 이렇게나 재미있는 줄 몰랐다는 말에 남편은  바로 옆 책장에서 여러 권의 책을 꺼내 놓으며 소개에 신이 났다. 이야기 세계사, 하룻밤에 읽는 중국사,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그리스 로마 신화, 도시로 보는 미국사 등 6권의 책을 꺼낸다.  남편 말마따나 시간 날 때 한 권씩 읽어봐야겠다. 이번 식탁 위의 세계사를 통해 역사와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월 한 달은 방학으로 인한 느슨함과 코로나로 인한 긴박감에  흐트러진 리듬으로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능률마저 떨어진 모두가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야 하니 책을 읽고 열심히 청소하고 안부하고 챙기게 을 정했으나 이내 독서토론 책으로는 애로사항이 있어 이내  '90년생이 온다'라 바꿨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적었던 새해 목표, 두 달이 지난 시점에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알찬 희망의 3월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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