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수로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 뒤에서 밀어주는 유아용 자전거였는데, 자전거를 비탈진 곳에 세워두고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아이가 탄 자전거가 옆으로 넘어간 것이다. 엉엉 우는 아이를 안고 "엄마가 미안해"를 얼마나 속삭였는지 모른다. 엄마가 안고 보듬어주니 금새 울음이 멈추고, 어설픈 말로 아픈 곳을 하나하나 이야기 한다. 머리, 손, 무릎..
먼지를 털어주고, 아이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나니,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아이가 다시 자전거를 타려할까?'
슬며시 아이를 다시 자전거에 앉혔다.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손잡이를 잡고 이리 저리 돌리며 자전거 타는 시늉을 한다. 큰 소리내 엉엉 울어지만, 그 울음이 길지 않았다. 자신을 위험하게 혼자 둔 엄마를 계속 원망하지도 않았고, 자신을 다치게 한 자전거를 거절하지 않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냉큼 자전거에 오르는 아이를 보니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회복 탄력성'이 바로 그것이다.
회복 탄력성 (resilience)
다양한 역경, 시련, 실패 등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
우리는 모두 살면서 크고 작은 실패들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취업을 앞두고 셀 수 없이 받았던 불합격 통보,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그리고 (실패라 불러도 될 지 모르겠지만..) 소중한 아이를 잃은 유산의 경험 등..그 때마다 나는 슬퍼했고, 좌절했다. 좌절의 소용돌이에서 영영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나는 다시 시작했고,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루었다. 취업과 결혼, 그리고 지금 옆에 있는두 아이들..일개 평범한 나조차도 그럴진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거다. 반복되는 실패와 성취, 그리고 또 다시 반복되는 실패와 성취..이 때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 바로 '회복 탄력성'이다. 실패 앞에서 계속 주저앉아 있거나, 도전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가 영원한 상태가 아님을 믿고 다시 도전하는 것 말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부정적 자기 암시'라는 것이 있다. 일의 결과를 미리 나쁜 방향으로 이뤄질 거라 예측하는 것이 바로 '부정적 자기 암시'이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그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나는 잘 할 수 없어' 라는 생각이 자신감을 위축시키고, 결국 발표를 망치게 만든다. '나는 매력적이지 않아' 라는 생각이 결국 매력없는 나를 만들어 소개팅을 망친다. 이 때 결과를 두고, '거봐, 역시 난 안돼' 하는 부정적인 자기 암시의 덫에 걸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 부정적 자기 암시시의 덫에서 벗어나는 힘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우리는 누구나 실패를 딪고 일어설 힘이 있다.
걸음마를 배웠던 것처럼
부정적 자기 암시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뤼넬아,네가 기어다니던 때를 기억해 보렴. 넌 문에 부딪치면 앙앙 소리내 울었고, 조금 있다가는 언제 아팠냐는 듯 다시 여기저기 올라타며 넘어설 다른 장애물이 없나 찾아다녔지. 삶이란 고통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란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알랭 아야슈 / 김주열 옮김)
부정적인 자기 암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긍정적'인 자기 암시이다. 대부분의 부정적 자기 암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 '내가 또 실수하면 뭐라고 생각할까?' 등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긍정적 자기 암시를 막는다. 이 때 다른 사람의 이목이 아니라 나에 집중하는 것이 부정적 자기 암시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단계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자신만의 작은 성취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아이는 걸음마를 배울 때, 처음부터 한두걸음 내딛은 것이 아니다. 기어가기, 물건을 잡고 일어서기, 혼자서기 등 한 걸음을 떼기 전까지 아이는 수많은 작은 성취들을 이루어 낸다. 그리고, 그 성취들을 한 걸음 걷기, 두 걸음 걷기 등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작은 성공과 그로 인해 주어지는 보상, 즉 성취감은 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문제란 해결하라고 있는 법
아무 생각없이 아이와 함께 덴마크 애니메이션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를 보다 아하 무릎을 치는 대사를 만났다. 극중 주인공 중 하나인 글루코스 박사님이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려운 문제가 나타났을 때 대뜸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문제란 해결하라고 있는 법이지"
이렇게 훅 들어오는 대사라니..피할 수도 없고, 되돌릴 수 없는 문제나 상황이라면, 관점을 바꿔야 한다. 모순되어 보이지만, 유쾌하게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긍정적인 생각이 문제 속에 뛰어들게 만들고, 결국 그런 용기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려운 일을 도전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일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과감히 도전하지 않아서 일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그럴 때는 잡초를 다루는 것처럼 해야 한다. 잡초로 뒤덮이지 않으려면 바로 나서서 처리해야 하잖니! 그렇게 하고 나면 다음 일들은 모두 쉬워 보일 거야.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결단을 내리는 일이란다. 문제에 도전하는 것이 기다리거나 막연하게 기대하는 것보다 덜 고통스러울 수 있지.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알랭 아야슈 / 김주열 옮김)
두 돌을 넘긴 둘째는 오늘도 넘어지고 부딪히며 세상을 배우고 있다. 자신이 무언가 해냈다 싶을 때는 "엄마, 봐봐, 이것 봐봐"를 하루에도 수십번 외쳐댄다. 작은 동그라미를 하나 그렸을 때도 그랬고, 한 손으로 물컵을 잡았을 때도 그랬다. 오늘은 쇼파 위에서 누나처럼 껑충 뛰어내렸다며 엄마를 부른다. 아이가 원하는 건 엄마의 한마디다. "우와~" 하는 엄마의 반응에 아이는 만족한 듯 씩 웃으며 또 다른 도전거리를 찾아 나선다. 나도 그랬을 거다. 성인이 된 지금 아이와 내가 다른 점은 엄마가 아닌 나 스스로, 나에게 '우와'를 해 줘야 한다는 거다. 그 작은 성공이 뭐든, 그래야 힘이 난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의 근력이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