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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데어 Jun 10. 2019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닌 것

평온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오늘은 뭘 읽어볼까?"


아이와  책장 앞에 책을 골랐다.

"수백 마리 물고기? 이거 읽어볼까?"

"좋아!"


어느 날 알래스카에 사는 한 소녀가 집 근처 물가에서 아기 오리  발견하게 된다.  

꽉, 꽉, 꽉,
아기 오리 세 마리와 엄마 오리가
푸드덕 날아가버렸어요.
오리들이 우리를 피해
저 쪽 물 위에 내려 안자,
오리들 주위로 잔물결이
동그랗게 번졌어요.


소녀를 피해 달아난 아기 오리들은 물가에서 헤엄치고 있던 창꼬치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그리고 소녀는 창꼬치를 괴물이라 여기며 창꼬치를 잡겠다고 결심을 한다.  


"괴물!"
 나는 소리쳤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 해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왔다.

소녀는 드디어 입에 낚시 바늘 두 개가 달려있던 '그' 창꼬치를 잡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창꼬치의 배를 갈라본 소녀는 놀라고 만다.


우리는 창꼬치의
배를 갈라보았어요.
배 속에는 알이 가득 들어있었어요.
수백 개나 되는 알이었어요!
창꼬치는 엄마 물고기였던 거예요!

소녀가 만일 이 창꼬치를 잡지 않았다면 하는 생각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창꼬치를 잡지 않았다면 이 알들은 모두 아기 창꼬치가 되었을까? 수백 마리의 아기 창꼬치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어요.
아기 오리들에게 일어났던 일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고,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아니라는 것을요.
그래요.
그럴 거예요.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끔찍하게만 생각해요.
하지만 그 속에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수백 마리 물고기 / 엘렌 우드, 모니크 펠릭스)


책을 다 읽은 아이는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아이가 책의 내용을 이해했을까? 삶과 죽음, 자연의 섭리 그리고 복잡한 세상 일들을 말이다. 아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자라고 세상을 알아가며 아이 언젠가 엄마처럼 묵직한 여운을 안은 채 이 책을 덮을 날이 올 것이다. 다 이해할 순 없어도, 알듯 말듯한 이 세상 일들을 말이다.


그리고 가끔씩 이 동화책을 펼쳐보며 세상엔 절대적으로 좋은 일, 나쁜 일, 기쁜 일, 슬픈 일이 없음을 기억하며 자라는 수연이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평온하게 이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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