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시스템
아이가 미술을 너무 싫어해서 유치원에서 그리기, 색칠할 때는 매번 도망을 간다고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우리 집엔 자칭 또는 타칭인 금손도 없고, 예술 방면엔 젬병인 사람만 있다. 그러니 미술을 잘하기 어려운 구조(또는 유전자)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방문미술이라도 해보고 그리기, 색칠하기에 익숙해지면 수업시간에 도망은 가지 않겠지. 였다.
과연… 몇 달이 지나자 효과가 있었다. 수업 대부분의 시간은 촉감놀이 또는 피카츄 색칠해서 오리기였으나 그래도 나름의 효과가 있어서 더 이상 미술시간 민폐남은 되지 않았고 제법 색칠하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지친 아이는 미술을 쉬게 되었지만 두 달을 쉬더니 다시 미술이 하고 싶다고 한다. 방문미술 말고 뭐가 좋을까 찾아보다가 미술학원에 가서 체험수업을 해보기로 했다.
이날의 주제는 솔라시스템을 케이크로 표현하는 수업인데 케이크 폼을 덧칠하고 태양 앞에 수성, 금성, 지구를 놓고 주변에는 별과 운석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제법 근사하다.
내 작품이라고 자랑하며 활짝 웃는 얼굴로 머리 위에 케이크를 이고 나오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아. 이런 때가 바로 육아휴직의 꿀이구나. 예전에는 엄두도 못 내던 선택지인데 이런 게 되네.‘라는 생각에 아이랑 함께 근사한 케이크를 놓고 재잘재잘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재잘거리다가 곤히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예쁜 이 시절을 같이 할 수 있음에 나도 모르게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