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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관 Jun 29. 2022

의외성

ㅣ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


사람이 살면서 과연 몇 번이나 노트북에 커피를 쏟을까? 평생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오늘 카페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소중하고 신기한 경험을 한 것이다. 짜증이 날만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평생 한 번도 겪지 못할 서프라이즈를 만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이런 의외성을 즐겨야 한다. 상황이 언제나 좋을 수는 없지만 분노하기보다 이런 의외성을 즐기게 되면 감정이 온화해지고 인생이 즐거워진다. 야구장에서 파울볼이 내 쪽으로 날아온다거나, 운전 중 옆 차 운전자가 길을 묻는다거나, 이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상황에 기분 좋게 대처하면 된다.      


노트북에 커피를 일부러 쏟을 수는 없지만 살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일일이 감정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 누가 노트북에 커피를 쏟아놓고 “만세 정말 좋은 일이야.” 하겠는가? 다만 살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에 어쩌지 못하고 분노하기보단 “수리비가 예상되지만, 오늘도 새로운 경험 하나를 추가했어.” 같이 의외성을 인정하면 그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의외성에 안정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의외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삶의 경험이 쌓여 스스로 지혜로운 존재로 인식해서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무조건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간혹 지혜와 상관없이 진짜 나이만 먹은 사람도 있다. 나이가 존중의 대상은 되겠지만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이유다.      


약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고 없이 발생하는 의외의 상황이란 얼마나 신선하고 놀라운가? 나는 50회 생일을 잊지 못한다. 50년 만에 처음으로 서프라이즈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주짓수 체육관은 운동이 끝나면 모든 관원이 악수하며 인사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날도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는데 갑자기 체육관 불이 꺼지며 관원 한 명이 사무실에서 불 밝힌 생일 케이크를 들고 나왔다. 이어서 관원들이 둥그렇게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였다.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행복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준비해준 마음이 고마웠고 의외성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생일케이크


50이 넘어가면 삶의 루트가 대충 정해진다. 그래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툭툭 튀어나오는 이런 의외성은 오히려 삶의 활력이 된다. 카페에서 커피를 쏟을 수도 있고, 운전 중 누가 길을 물을 수도 있다. 한 번쯤 파울볼이 나를 향해 날아올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나의 생일을 기억했다가 서프라이즈를 해주기도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주하는 순간들이 즐겁다.     


오늘도 집을 나서는데 과연 어떤 의외성과 마주하게 될지 기대된다.이글 역시 의외로 반응이 좋기를 기대해본다.




# 냉정한 평가는 좋은 글의 밑거름이 됩니다. 가감없는 댓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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