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현관 Jun 28. 2022

부정적 감정

ㅣ자존심과 싸우는 자신과 만나는 시간

 

글을 쓰다 보면 무엇이든 써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면 글이 억지스러워진다. 시간이 지나고 읽어보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까 싶을 정도로 날카롭고, 힘이 들어가 있다.     


골프든 수영이든 하물며 노래를 부를 때도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글도 마찬가지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모니터를 노려본다고 글이 나오는 게 아니다. 특히 에세이는 정해진 형식이 있는 글이 아니므로 생각이 유연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서는 절대 좋은 글이 나올 리 없다. 역시 힘 빼기 기술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은 적당한 핑곗거리를 만들어 함께 떼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지나치면 쓸 수 없는 이유를 찾는다. 키보드 타이핑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거나, 책상이 벽을 보고 있어서 답답하다거나, 밤이면 햄스터가 타는 쳇바퀴 소리가 거슬린다거나 이렇게 글을 쓸 수 없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글을 못 쓰는 이유는 부정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라 이런 환경들 때문이라고 적당한 핑계들로 시선을 돌려보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산에 오른 사람


50줄에 들어서면 놓지 못하는 자존심과 싸우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런 이유로 부정적인 감정에 직면했을 때, 대부분 시간이 치유해주지만 가끔은 시간만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만약 오랜 시간 이런 부정적인 감정과 싸워야 한다면 여러모로 손해다. 더구나 일선에서 물러나 마땅히 하는 일이 없거나, 주변에 살갑게 만나는 사람이 없다면 이 감정을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내야 하는데 해결되지 못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힘이들면 가족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다. 가족은 언제라도 기댈 수 있는 존재이므로 가장 안정적으로 나의 감정을 호소할 수 있다. 하소연하거나 불평을 들어내도 좋다. 불평은 감정을 외부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므로 의외의 효과가 있다. 물론 가족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부정적인 감정을 절대 오래 가져가서는 안 된다. 마음을 조급하게 가질 필요는 없지만, 너무 길어진다면 인위적으로 시간을 정해놓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감기도 시간이 지나야 치유가 되듯이 “이번 일은 2주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처럼 적당한 시간을 정해놓고 응어리진 마음의 독소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쪽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돌아보면 애초에 부정적인 감정이란 없었다. 놓지 못하는 자존심과 싸우는 내가 있었을 뿐이다.




# 냉정한 평가는 좋은 글의 밑거름이 됩니다. 가감없는 댓글 부탁드립니다. #

작가의 이전글 불안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