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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관 Jul 02. 2022

가끔은 낯선 나를 만나야한다.

ㅣ삶의 궤적이 정해져있다면 한번만이라도 다른 문을 열어보자


고백하건대 내가 글 쓰는 사람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40대 중반에 2권의 책을 출간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오랜 시간 깊이 숨어있던 글쓰기 DNA를 발견한 것은 어이없게도 글쓰기는 리스크가 없는 도전이라 생각하고 덤볐기 때문이다. 음식을 하다 망하면 아까운 재료를 버리겠지만 글을 쓰다 망하면 거기까지의 지식은 남는다고 생각했다.다행히 글쓰기의 재미를 알게 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내 안의 재능 하나를 발견한 것 같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야구를 보다가 아무 근거도 없이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 카페를 운영하던 그는 가게 영업을 마치면 맥주 한잔을 옆에 두고 매일 조금씩 글을 썼다. 무엇을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지만 정해진 시간만큼은 꾸준히 글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탈고했고 신인문학상을 타게 된다. 꾸준한 노력의 결과이며 감춰진 재능의 발견이기도 하다. 이렇게 정해진 궤적보다 가끔은 다른 문을 열어볼 때 내 안의 낯선 나를 만나게 된다.


복도와 여러개의 문

 캄보디아에서 건너온 스롱 피아비는 한국인 남편을 만나 스물한 살에 처음 당구를 접하게 되었다. 그녀는 데뷔 1년 5개월 만에 국내 여자당구 1위에 올랐으며 이후 세계랭킹 3위에 오르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 평범한 주부였던 소설가 박완서도 마흔을 목전에 둔 나이에 「나목」을 발표하고 등단했다.     


 인생의 신대륙은 우연처럼 찾아오기도 하지만 전혀 색다른 경험으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할 때도 있다.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출연자들은 “제가 이일을 이렇게 잘 할 줄 몰랐어요.”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경험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경험이 소중하다. 법륜스님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딱 세 번만 따라 가보라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은 늘 두렵기 마련이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 조심스러워진다. 


요즘은 비용이나 시간을 크게 들이지 않더라도 다양한 분야에 색다른 경험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혹시 알아 뭐 하나라도 얻어걸려서 인생이 바뀔지, 우리가 시도하고 경험하는 것들은 무언가 엄청나고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첫 책을 출간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워했고 그 놀라움 뒤에는 평소 알던 사람에 대한 낯설음이 깔려있었다. 무엇을 하든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기분으로 그냥 보낸 하루보다 한 뼘이라도 성장하는 하루를 만들면 된다. 


이미 아는 맛을 다시 먹을 것인가 새로운 맛에 도전해볼 것인가 나의 접시 위에 무얼 담을지는 내가 선택한다. 가끔은 낯선 나를 만나야 한다. 




# 냉정한 평가는 좋은 글의 밑거름이 됩니다. 가감없는 댓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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