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lee May 19. 2024

갈팡질팡 채매동반기

10.  데이케어센터 선택하기

딸아이는 육아 휴직 기간이 끝나서 복직을 했고 나는 그 시기에 맞춰서 은퇴를 했다.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일이 있어서 가끔은 일도 하지만 태어난 손자를 보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나는 일 하느라 딸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온전히 지켜보지 못한 것이 늘 안타까웠다. 언젠가  내 또래의 친척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의 어렸을 적의 기억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은 약간 충격이었다. 아침에 나와서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서 실제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을 빼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니 24시간을 같이 있는 경우에 비해서는 추억도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스스로에게 했다. 그때부터 나는 손자가 태어나면 내가 기르면 좋겠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손자도 돌보고 틈틈이 일도 하고 그런 연유로 하루 종일 엄마를 돌볼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어쩌다 미팅이 있으면 엄마를 집에 모셔 놓고 나가야 하는데 엄마가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영 낭패스러운 일이 발생한다. 결국에는 엄마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기억 키움 교실이 있는 보건소 앞에서 기다리다가 엄마를 집으로 모시고 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편안한 과정이 되었다. 어쩌면 하루 종일 엄마를 돌보는 일만 하긴 60대 초반은 너무 이른 나이이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기억 키움 교실에서 엄마는 점점 적응하기가 힘들어졌다.  귀가 잘 안 들리니 수업 시간에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 이미 있던 보청기는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새로운 보청기를 해드려도 안 하시려고 했다.

그 때로부터 오륙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내가 보청기를 하게 되니 엄마가 왜 그렇게 보청기를 안 하려고 했는지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보청기를 하면 귀에 이물감이 느껴지는데 일단 그 이물감에 익숙해져야 하고 나의 경우엔 가끔씩 두통이 생기기도 했다. 내 머릿속의, 육체적인 머릿속 즉 귀 주변에 일어나는 소소한 소리들이 다 들인다. 턱뼈가 움직이는 소리, 침 넘어가는 소리, 입안에서 뭘 씹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

그동안 고요의 나라에서 살다가 갑자기 이소리 저 소리 들리니 참으로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모든것에 익숙해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가 더 편안해지는 걸 느껴야 비로소 보청기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이미 치매로 발전된 상황이면 보청기를 관리하기도 힘들어서 분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구나 보청기는 무척 고가의 상품이다. 엄마의 보청기를 할 때 효도 한다고 상당히 고가의 보청기를 해드렸는데 한 달도 안 되어서 분실해서 결국은 다시 맞췄다. 그때  친구가 해준 너무 비싼 걸로 하지 말라고 한 말이 그때서야 이해가 되었다. 인생 선배의 말을 흘려들을 일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연유로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고 센터를 찾게 되었다.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려면 일정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데이케어 센터를 이용하려면 (저의 경우를 기준)

먼저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하고 2018년에는 아마도 MRI검사가 필수였던 것 같다.

보건소에 가서 전염병등의 검사도 받아야 한다.


1, 국민건강 보험 공단 홈페이지에서 장기요양 보험에 회원가입을 완료

2, 이용 대상이 되겠다는 신청서를 작성

3, 공단에서 관련된 분이 나와서 이용자의 상태를 점검 후

4, 각 공단별로 한 달에 1,2회 정도의 심사를 거쳐서 등급을 확정 후

5, 개인별 장기 이용 계획서를 보내준다.


# 의료보험 공단 홈페이지에 있는 절차

장기요양인정 및 이용절차



평생을 기안지와 보고서를 쓰고 살았는데도 새로운 문서를 작성하려니 은근히 긴장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엄마는 공단에서 나온 분과 약간의 상담을 하시고 "인지 지원 등급"을 받았다. 그 당시 인지 지원 등급은 데이케어센터를 1주일에 3일만 이용이 가능했었다. 


일단 등급이 나오면 집 주변에 데이케어 센터를 알아봐야 한다. 나의 경우는 기억 키움센터에서 정보를 많이 알려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 이것도 이사할 때 집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센터를 방문해서 시설을 잘 돌아보아야 하고 집하고 거리는 어찌 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동 시간이 길어서 너무 오랜 시간을 차 안에 있으면 그것도 힘드실 수도 있어서 30분 안에 가능한 곳으로 찾았다. 또한 그 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인원 수와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

결정을 해도 센터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대기하는 곳도 많다.

실은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곳이 있는데 대기만 2년 이상 걸린다고 하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선택한 아니 내가 선택한 데이케어 센터는 시설도 좋고 집 하고도 버스 한 정거장 거리어서 우리에게는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데이커에 센터의 이용료는 전국이 동일한 걸로 알고 있다. 등급에 따라 금액이 조금 차이가 있고 물론 이용 시간에 따라는 차등도 있다.  엄마는 주 3일 데이케어 센터에 다니시게 되었고 나는 그만큼의 자유를 얻었다. 그다음 해에는 5등급을 받아서 주 5일에 격주로 토요일도 가시게 되어서 나는 그만큼의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엄마의 등급이 높아지는 건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작가의 이전글 갈팡질팡 치매 동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