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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lee Jun 09. 2024

갈팡질팡 치매 동반기.

11. 같은 말을 반복하는 엄마 대처법. 

치매 환자와 같이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우스개 소리로 치매환자 간병하다 스트레스받아서 암으로 죽는다는 농담을 할 정도겠는가. 다행히 엄마는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상태다. 가벼운 상태라는 것은 나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폭력적이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욕설도 안 하니 비교적 돌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엄마의 가장 큰 문제는  같은 질문을 계속하는 것과 집을 못 찾아온다는 것이다. 


 증세가 심한 경우에는 환청과 환각 또 폭력적이기도 하고, 먹은 걸 잊어버리는 건지 아니면 증상이 그래서 그런 건지 자꾸 뭔가를 드시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에 비하면 무척 양호한 상태이지만 같이 사는 보호자 즉 나는 힘들다. 우리 엄마의 경우에도 식사를 한 지 30분도 안 지나서 삼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가 고프다고 한 적도 있다.  '조금 전에 드셨잖아요'라고 하니 다행히 다시 안 물어보셨는데 그게 지금 생각하니 해결이 되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본인은 배가 고프다고 느끼지만 뭔가 이상한 내 표정을 보고 더 이상 안 물어봤을 수도 있단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사람과 다름없는 이해력과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경우이다.


아침에 데이케어 센터로 가셔서 저녁에 오시니 중간 시간에 내 일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데이케어 센터는 실은 가족이나 친척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기관이다. 게다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루 종일 집안에 있거나 티브이만 보는 것보다는 체조도 하고 낱말 잇기, 색칠공부도 하고 동화책도 읽는다. 무엇보다 늘 점심에 새로 만든  반찬과 국을 따듯하게 드실 수 있어서 그 점도 참 좋았다.


엄마가 다니는 데이케어 센터는 한 달에 한번 보호자 모임을 한다. 그 모임에서 서로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면 여러 가지 사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서로에게 위로도 받게 된다. 그중 한 가지가 "보호자가 화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는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서 물어본다. 

집에 도착해서는 "이제 집에 왔구나" 그러고는 오분도 안 돼서 " 이봐요, 언제 집에 가나요?" 

울 엄마는 내가 "이봐요"이다. 가끔씩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되면서 부르게 된 호칭이다. 내 친구의 경우는 아버지가 친구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고 한다. 이럴 때 처음엔 화가 난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나에게는 항상 어른이었던 사람이 이게 뭐 하는 짓일까에서부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내가 무슨 못 할 짓을 많이 했다고 등등의 대상이 없는 분노도 생긴다. 


그리고 엄마에게 여기가 집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하게 된다.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서 하다 보면 목소리가 커지기 마련이고 힘들면 화가 난다. 그러면서 화내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나만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면 큰 위로가 된다. 나만 나쁜 게 아니라 도처에 같은 형편의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그래서 이게 그냥 보통 수준의 인간이 하는 행위로구나 하면서 받는 위안이다.


데이케어센터의 조언은 집이라고 우기지 말라는 거다. 

 "네 잠시 후에 가요" 라던지 적절한 대답을 하면 된다고 환자와 싸우지 말라고 한다. 그것 참 맞는 말이긴 한데 쉽지는 않다. 그것도 일종의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그렇게 대답을 하기엔 시간과 반복되는 경험이 필요하다.  같은 말을 몇 번씩 많게는 몇 십 번씩 반복하게 되면 목도 아프고 힘들다. 나의 경우는 대답을 하다가 묘수를 찾았다.

"여기가 집입니다. 쉬고 계세요"  A4 용지에 매직으로 써 놓았다. 이 알림판(?)이 큰 도움이 되었다. 치매환자인 엄마도 아직은 글을 읽으니 물어보는 횟수가 줄어들어 대답하기가 덜 힘들다.  그래도 몇 번은 알림판을 보다가 결국엔 다시 "이봐요"를 찾는다. 5분 간격이 15분 20분이 되니 훨씬 수월하다.

이런 생활 속에서도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서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을 듯하다. 

최근에는 엄마가 혼자서 걷지를 못하셔서 집에서는 거의 안다시피 해서 움직여야 한다. 이런 엄마를 혼자 두고 잠깐 외출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일단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고 간단한 간식과 마실 거를 준비해서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알림판에 " 일이 있어서 잠시 외출합니다. 편히 쉬고 계세요- 딸이  " 써놓고 나간다.

경우에 따라서 여러 가지를 준비해 놓으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상황을 알려주는 메모


외출을 해서도 늘 불안하고 돌아와서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기 전까지 이런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실은 이런 상태의 엄마를 혼자 집에 두고 나가야 하는 상황 자체가 두렵고 불안하다.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뒤에 있을 죄책감과 해결해야 할 상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이런 상황과 엄마를 보는 나는 언제나 늘 불안하고 두렵다. 그건 아마도 그게 나의 미래도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더 그런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외 할머니도 치매였고 엄마도 이러니 혹시 치매도 유전이 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늘 하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아마도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공포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건도 오래 쓰면 낡고 고장이 나는 데 사람도 마찬가지인 어쩌면 자연의 섭리이기도 할 텐데 그래도 두려운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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