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기자는 누구인가?
기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기자는 질문을 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기자가 기사를 쓰는 사람이지 무슨 질문을 하는 사람이에요. 기자가 쓰는 기사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정보이지요. 그래서 기자는 독자의 궁금증을 대신해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얻어낸 정보를 기자는 전달하지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은 기자뿐만 아니라 선생도 정보를 전달하지요. 선생은 자신이 공부해서 정보를 정리하여 전달합니다. 하지만 기자는 공부를 한다고 표현하지 않지요. 취재를 한다고 표현합니다.
취재는 궁금한 것을 찾는 행위입니다. 그 궁금한 것을 전문가에게 배워 수십 년간 체계적으로 깊게 정리하는 사람을 학자라 하지요. 하지만 기자는 한 분야를 그렇게 깊고 오래 파지 않습니다. 독자가 요즘 궁금해하는 것을 대신 질문할 뿐이지요. 그렇기에 기자는 여러 사람을 만나 여러 이야기와 관점을 듣고 그것을 기사라는 글로 씁니다.
글을 쓰는 사람 중에는 기자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학자처럼 전문적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읽는 글을 쓰는 사람 중에 소설가도 있지요. 소설가는 자기 생각으로 허구적 이야기를 그려내어 소설에 담아 놓습니다.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하지 않거나 전문가의 관점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으로 마음대로 이야기를 썼다면 그것은 기사가 아니고 소설이지요.
기자도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기사를 쓰는 것은 자신의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지요. 언론 매체에 기사를 쓰는 행위는 독자를 대신해 질문하고 그 대답을 기본으로 기사를 쓰라는 역할이지요.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아무 질문도 던지지 않는 기자. 아무나 만나기 어려운 두 나라의 대통령을 코앞에 두고 그 현장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은 기자이기 때문에 그에게 주어진 큰 특권이지요. 기자로서의 특권과 의무를 저버린다면 그는 기자가 아니지요.
만약 아무 질문거리를 준비하지 않고 기자회견 자리에 갔다면 그는 기자가 아니지요. 대통령이 말한 것을 그대로 타이핑하러 갔다면 그는 속기사이지 기자가 아니지요.
혹자는 영어 문제 때문이라 합니다. 기자라고 영어 울렁증이 왜 없겠어요. 국제무대에서 국제어인 영어로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통역자가 준비된 자리에서 질문 하나 제대로 못한다면 그는 기자가 아니지요. 한국 대통령에게조차 한국어로 떳떳이 질문하는 기자가 없었다니 정말 창피합니다. 적어도 질문을 생각하고 현장에 가야 기자이지요.
혹자는 한국 교육의 문제라 합니다. 하지만 기자는 학생이 아니지요. 삼사십 대의 기자가 십 대 때 받은 학교 교육 탓으로 돌리기에는 그의 학창 후 세월이 너무 깁니다. 여전히 중고등학교의 주입식 교육을 탓하고 있다면 성인으로서 기자증을 반납해야 하지 않나요.
약자에게 떼거리로 달려들어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기자 말고, 권력자에게 그 현장에 있기 어려운 일반 독자를 대신하여 명쾌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보고 싶습니다. 그 기자의 질문이 담긴 글, 바로 기사를 읽고 싶습니다.
우리는 제대로 질문하는 기자를 언제나 보게 될까요. 힘 있는 자들이 사익을 위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 서로 베껴 쓰는 기자 말고, 누구에게나 저 대신 질문하는 사람, 그 사람을 저는 기자라 부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