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지금은 갈 수 없는 나라
여권 사용할 일 별로 없이 보낸 지 2년째입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여권 가지고
이 나라 저 나라 가보고도 싶지만,
여권으로 못 가는 나라,
그 나라를 가고 싶습니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도
2017년에는 누구도 예상 못 했지요.
예상치 못했던 변화는 언제든지 온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어떤 변화가 올지
2021년 지금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은 갈 수 없는 나라
하지만 언젠가는
여권이 필요 없이,
아니 여권을 가지고라도
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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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3 쓴 글)
여권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만기 일자가 얼마 안 남아서이지요. 오랜만에 사진도 찍으러 사진관을 찾았습니다. 사진관은 주위에 여러 곳 있는데 여권 사진 찍는 곳은 의외로 제한적이더군요. 가족사진이나 아기 포토 스튜디오를 내건 일부 사진관에는 아예 여권 사진은 찍지도 않더군요. 어렵사리(?) 여권 사진 찍고 새 여권도 얻으니 여행을 가고 싶어집니다
이제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면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를 갈 수 있습니다. 유럽 등 많은 나라들은 비자 없이도 갈 수 있지요. 과거라면 갈 수 없었던 공산주의 국가도 이제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중국이나 러시아 가는 것이 너무 쉽고 자연스럽지만 불과 몇십년 전에 그곳은 감히 갈 수 없는 붉은 색깔(?) 나라였지요. 이제 그런 나라도 마음대로 갑니다. 심지어 국교가 성립되지 않은 나라도 마음대로 갑니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국교가 성립되어 있지 않은 특수한 상태이지요. 과거 대만과 국교를 가지고 있다가 중국이란 나라가 부상하면서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형태입니다. 하지만 그런 지역도 우리가 여권을 가지고 오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못 가는 나라, 그 나라가 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 여권을 가지고 있으면 출입이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나 봅니다. 북한과 적국이라는 미국인은 오히려 그 땅에 들어갈 수 있는데 대한민국 국적의 여권을 가지고는 갈 수 없는 곳, 그 나라가 바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우리는 그곳을 북한이라 부르지요. 북한이란 우리의 북쪽에 있다는, 즉, 우리를 기준으로 한 상대적 명칭입니다. 우리에게 북한은 그렇게 오랜 기간 상대적 위치에 머물어 있었지요.
외국을 나가면 신기한 것도 보고, 특색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이 됩니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은 외국 여행의 장벽이 되곤 하지요. 하지만 바로 곁에 있는 그 나라는 언어도 별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떨어져 있어 다소 다른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억양도 조금은 다르지만, 대화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요. 같은 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도 잘 통하는 그 나라를 우리는 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전쟁하다 잠시 쉬는 상태, 하지만 아직 전쟁 중인 상태이니 적국이라 갈 수 없습니다. 멀지도 않고 그냥 걸어서 갈 수도 있고, 차 타고 갈 수도 있는 그곳을 우리는 가지 못합니다.
정전과 종전. 두 글자. 비슷한 발음의 이 두 단어가 사실 아주 다릅니다. 정전은 전쟁 중이고, 종전은 전쟁의 끝입니다. 종전되었다고 어색했던 관계가 금방 회복되기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싸우려는 대상, 즉 적은 아니지요. 그렇게 복잡한 해석을 떠나 종전이 된다는 것은 그 나라에 못 갈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 나라, 그 나라 하니 거슬리는 분도 계시겠지요. 그 나라가 아니라 우리는 하나다. 그렇지요. 하나지요. 하지만 아직 어색하고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하나를 외치기에 앞서, 그저 중국처럼 러시아처럼 자유로이 방문할 수 있는 나라라도 된다면 좋겠습니다. 연방제로 발전하든 경제 공동체로 발전하든 정말 하나의 나라로 통일되든, 그 앞 단계는 그저 한번 그 땅을 밟아보고, 그 산과 강을 보고, 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먹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그저 관광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형태의 함께 할 방안들이 나오겠지요.
종전. 안되는 이유 여러 가지 대실 생각은 이제 내려놓으시고 바로 시작합시다. 65년간 정전이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지요. 아무 이유 없어도 너무 오랫동안 못 가봤던, 그저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여권 만기일자도 많이 남은 새 여권도 받았는데 못 갈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