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세 가지와 독특함, 그리고 글쓰기

by 이상현

#103 세 가지와 독특함, 그리고 글쓰기


글을 쓰기에 앞서 세 가지 단어를 펼쳐 놓습니다. 연결될 수도 있고, 연결되지 않는 단어라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세 단어를 늘어놓으시면 됩니다.


세 단어를 생각해 내기 힘드셨다고요. 그렇지요. 세 단어를 한 번에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두 단어를 늘어놓기만 해보지요.


두 단어 늘어놓기는 비교적 어렵지 않습니다. 두 단어를 늘어놓을 때는 보통 연결된 이미지나 개념일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엉뚱 맞게 아무 관계없는 두 단어를 늘어놓는 경우도 있지만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늘어놓으면 어떻게든 연결되지요.


두 단어 늘어놓기와 세 단어 늘어놓기가 무엇이 차이가 있을까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두 단어 연결은 기존에 이미 있는 연결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은 특이한 조합이라고 생각해 쓰겠지만, 두 단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이미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정리를 해 놓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어떤 이는 그것을 가지고 깊은 연구도 해놓았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두 단어가 아니라 세 단어인 경우는 달라집니다. 세 단어의 조합은 당신만의 조합일 수 있습니다. 세 개의 소재가 똑같이 조합되기도 어렵고 그 내용이 비슷할 확률은 영에 수렴한다고 할까요. 물론 그 세 가지 조합도 어떤 이가 이미 생각했던 주제일지 모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방향은 조금 다를 것입니다. 그러니 세 가지 소재를 구했으면 독창성은 주어진 것이라 봐도 되겠지요.


한 가지.

물론 중요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글이나 생각의 중심 모토로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에는 깊은 것을 담을 수 없습니다. 다양함을 담을 수 없습니다. 하나는 모든 사람을 엮어내는 하나의 주제, 하나의 구호는 될지 모르지만, 하나로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두 가지.

두 가지로는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과 무엇의 관계. 어머니와 아들, 스승과 제자, 해와 달, 두 가지 관계는 대조적이거나 대립적인 여러 관계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두 가지 관계는 식상한 주제라는 느낌입니다. 두 가지 관계가 이미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다루거나 들어봤을 주제이기 때문이지요.


세 가지.

그렇다면 세 가지는 다를까요. 그 세 가지에는 하나의 주어가 있습니다. 그것과 연관되는 하나의 목적어도 있습니다. 거기에 조건을 하나 덧붙이는 것이지요. 강아지와 아이라는 주제에 겨울을 하나 덧붙이면 겨울에 강아지와 아이라는 독특한 주제가 됩니다. 아들과 아버지라는 식상한 주제에 한국에서 아들과 아버지라는 주제와 일본에서 아들과 아버지라는 주제는 다르지요. 눈과 비라는 두 가지 주제에 아이를 덧붙인다면, 아이에게 비와 눈은 어떻게 다른가. 혹은 나무에게 비와 눈은 어떤 의미이냐는 독특한 시각이 펼쳐지지요.


하나하나의 소재는 매우 평이한 것들인데 그 세 가지를 연결하면 독특한 주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세 가지 소재의 연결은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나갈 때 필요합니다.


각각의 소재를 조금씩 설명해도 글은 풍성해집니다. ‘세 가지와 독특함, 그리고 글쓰기’란 제목으로 글을 쓴다면, 우선 세 가지를 충분히 얘기할 수도 있고, 독특함이란 무엇인가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독특함의 특성, 어떤 이가 독특함을 가지는가. 독특함이 과연 필요한가. 여러 가지 소주제가 생각나지요. 거기에 글쓰기도 생각해 볼 만한 주제는 많습니다. 글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왜 평이한 글을 싫어할까, 등등 너무도 많은 소재가 있습니다. 그러니 글이 풍성해질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 가지 소재 중에 으뜸 소재는 있어야지요. 즉 하나의 주제어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소재 관련 글 조각이 중구난방 나열에서 벗어나 글이 하나의 주어로 꿰어집니다.


그러니 시작과 마무리는 주제어, 즉 으뜸 소재로 하는 것이 좋겠지요. 첫 번째 단락과 마무리 단락이 같은 주제어를 다룬다면 그 글은 일관성 있는 글이 되는 마법을 부리지요. 중간에 이것저것 헤매고 다니다가도 집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글의 구성은 ABA만 되면 되지요. ABC만 안 되고 ABA만 되면 글의 완결성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지요.


제 글도 마무리할 때가 되었으니 이 글의 첫 문장을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세 가지 단어를 펼쳐놓으라는 말로 시작했군요. 그러면 이렇게 마무리를 맺을까요. 세 가지 단어로 여러분의 세계를 만들어보세요. 무궁무진할 겁니다.


(2021. 7. 3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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