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어, 뭐지?

by 이상현

#105 어, 뭐지?


한 점만이 있었습니다. 내 앞에 아무것도 없었지요. 한 점밖에. 그냥 하얀 도화지에 검은 점 하나만 찍혀 있었습니다. 제 눈은 다른 것을 볼 것이 없기에 그 점에만 시선을 둘 수밖에 없었지요.


그것이 집중입니다. 한 점이 집중입니다. 그 하얀 도화지에 여러 점이 흐트러져 있으면 그것은 집중할 수 없지요. 분산된 것입니다. 그 하얀 도화지에 알록달록 여러 선이 어우러져 있다면 그것은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아니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그 여러 선이 전체를 이루어 하나로 큰 이미지가 됩니다. 우리는 그 이미지 전체에 빨려 들어갑니다. 그 빨려 들어감은 각각의 선에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선 전체가 이룬 하나에 빨려 들어가는 것이지요.


집중은 단순한 하나입니다. 복잡함 속에서 그 하나를 끄집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집중합니다. 하지만 복잡함 속에 그저 섞여 있다면 그것은 집중에 이르기 어렵게 하지요. 그저 헤매는 것만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글을 쓰고 말을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 자신의 시간을 내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50분의 강의를 한다는 것을 그것을 듣는 사람의 일생에서 50분을 내어달라는 무례한 요청이지요. 책을 하나 내놓는다는 것은 그것을 읽는 사람의 일생에서 네댓 시간 이상을 내어달라는 무리한 요청입니다. 그 귀한 삶을 그렇게 쉽게 내어달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외면하기에 십상입니다. 누가 밖에서 이야기하든 자신의 세상에서 나오지 않으려 하지요.


이왕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내어달라고 요청하려면 그 사람이 자신의 세상에서 나와 나의 이야기를 듣게 해야 합니다. 자신의 문을 열고 나오게 하려면 “똑똑” 그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그것이 첫 문장이지요. 닫힌 타인의 문을 열라는 노크입니다. 방에서 무언가를 하는 이에게 작은 노크 소리는 안 들릴 수 있지요. 샤워하고 있어 그 노크를 못 들을 수도 있어요. 노래를 크게 듣고 있어서 노크 소리가 안 들렸을 수도 있고요.


노크 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어도 곧 흥미를 잃고 그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니 왜 노크를 하는가? 노크를 한다는 것은 다른 이의 문을 열어달라는 것이고 잠시 그 문을 열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이지요. 그 용건에 흥미를 느낀 사람은 아예 현관에서 이야기를 잠시 나누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좀 더 깊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할지 모릅니다.


그것의 시작은 노크입니다. 노크는 문을 열게 만들어야 하지요. 문을 열지 않고는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으니까요. 문밖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혼잣말입니다. 혼잣말을 계속하고 있다면 정신이 나간 사람이나 할 일이지요. 타인의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일생의 시간을 뺏는 행위이니 그 사람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 무례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확신이 선다면 문을 노크하세요. 그 사람이 안에서 듣고 문을 열 수 있도록 “똑똑” 문을 두드리세요.


‘어, 뭐지?’ 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문을 열게 만듭니다. 집중은 ‘어, 뭐지?’에서 나옵니다. 그 의문이 생기지 못한다면 우리는 집중하기 어렵지요. 하나의 물음표는 한 점으로 집중을 이끕니다.


(2021. 7. 5.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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