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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Jul 13. 2021

#109 화는 불이다 (두 번째 화 이야기)

#109 화는 불이다 ( 번째  이야기)


화는 감정이지요. 기쁘거나 슬픈 것처럼 화는 감정입니다.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내가 어쩌지  못하지요. 다행히 감정은 단기성입니다. 되씹는 생각과 연결을 하면 잠시 커져서 그렇지 감정은 휘발성이지요. 감정이 계속 타오르는 데는 생각 땔감이 공급될 때만 가능합니다. 생각 땔감이 공급 안 되면 감정은 꺼지거나 사라지지요.


첫 번째 화 이야기(#102 화가 나면 화를 내야 하나?)에서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주어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화가 나는 것은 화가 주어이고, 화를 내는 것은 화를 내는 그 사람이 주어이지요.


‘화를 내는 것’은 누군가의 행위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화를 내는 것이 아니고 화로 인한 2차 행위를 하는 것이지요.


기쁘면 웃습니다. 기쁜 감정이 올라오면 웃음이라는 2차 행위를 하지요. 슬프면 웁니다. 슬픈 감정에 울음이라는 2차 행위를 하지요.


화가 나면 화를 냅니다. 기쁘면 기쁨을 낸다거나, 슬프면 슬픔을 낸다고 표현하지 않는데 화가 나면 화를 낸다는 표현을 너무 자연스럽게 하지요. 뭐가 이상하냐고요. 사실은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화로 인한 2차 행위를 하는 것인데, 화를 낸다고 표현하여 사람들을 헷갈리게 합니다.


화의 2차 행위로는 소리를 크게 지른다든지 물건을 차거나 집어 던진다든지 하지요. 남을 때리거나 해를 미치기도 합니다. 이 행위들이 모두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피해를 주지요. 남을 때려 신체적 손상을 주지 않더라도 물건을 집어 던져 파손이 되면 금전적 손해를 스스로 감당해야지요. 조용한 장소에서 화가 났다고 소리를 질렀다면 주위의 눈총을 받겠네요. 자신의 인격적 손해라고 할까요.


기뻐서 웃는다거나 슬퍼서 운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그로 인해 자신이 손해를 입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화로 인한 2차 행위는 행위자와 대상자에게 크고 작은 손해를 일으킵니다


화를 내지 말라면 화를 참으라는 말로 오해를 합니다.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은 화를 참으라는 것이 아니라 화가 지나가게 하는 것이지요. 화를 내 몸속에 꾸역꾸역 담아놓는 것이 아니고 화가 내 몸을 지나가게 하는 것이지요.


다행히 감정은 생각이란 땔감만 없으면 휘발성이라 지나갑니다. 어렵지요. 하지만 화를 내는 행위는 남과 나에게 손해를 끼치고 후회를 남기는 것이니 화가 나는 2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훈련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요.


혹시 화를 내더라도 과하게 하지 마세요. 웃는 사람은 밝은 사람으로 여겨 주위에서 좋아하지만, 상황에 맞지 않게 과하게 웃다가는 잘못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슬퍼서 울고 있는 사람은 주위에서 위로해주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사람은 주위에서 피하겠지요.

화가 나더라도 화를 내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과하게 내지만 마세요. 우리가 완전한 존재도 아니니 화가 나는 것을 어찌할 수 없지요. 우리가 수련이 부족하니 화를 내지 않고 살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기억할 것은 감정은 휘발성으로 지나갈 것이고, 혹시 불 조각이 조금 붙었더라도 생각 땔감으로 크게 만들지만은 말아 주세요. 다 지나갈 것들인데.


화는 불입니다. 모든 불은 꺼지게 되어 있지요. 사그라드는 불길에 부채질하거나 땔감만 더 넣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화가 났으니 화(火)를 바라보지요. 모닥불 바라보듯이 불을 바라보지요.


(2021. 7. 13.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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