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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Jul 20. 2021

#110 나는 쓰레기인가?

#110 나는 쓰레기인가?


나는 쓰레기다. 이 말은 너무 과격한 말이지요. 하지만 내가 쓰레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내가 쓰레기를 만드는 존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나는 쓰레기를 매일 만들어가며 살아갑니다. 쓰레기 하면 환경오염에서 자주 다루는 플라스틱이 생각나는군요.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고 나면 음식 쓰레기도 있고, 물건을 사면 그것에 따라오는 여러 쓰레기가 있습니다. 물건을 다 사용하고 버릴 때는 그 물건 자체가 쓰레기가 되지요.


이런 물건뿐만 아니라 살면서 여러 가지를 세상에 내놓고 살아갑니다. 먹고 마신 후 똥오줌을 내놓지요. 먹은 것은 싸게 되니 사는 과정은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자연에 여러 쓰레기를 배출합니다.


나는 쓰레기 자체는 아닐지 모르지만 나는 쓰레기를 매일매일 내놓는 존재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요. 아파트에 살 때는 보통 주말에 쓰레기를 내어놓았습니다. 분리수거를 위해 폐휴지, 플라스틱, 깡통 등을 구분해서 내놓지요. 산더미 같이 쌓인 쓰레기를 구분해 놓고 나면 다음 날 그것을 수거해 가고 아파트 구석은 다시 깨끗해집니다. 그것이 어디 가는지 신경 쓰며 살지는 않지요.


몇 년 전 주택으로 이사 온 후 쓰레기는 항상 큰 골치입니다. 아파트보다 수거가 원활치 않을 때가 있지요. 요일을 잘못 내놓은 쓰레기는 길거리에 며칠 방치될 때가 있고, 거기에 불법 쓰레기 방치까지 더해지면 며칠 새 골목이 쓰레기 천지가 되기도 하지요. 그래도 어쨌든 치워집니다. 그 쓰레기가 어디 가는지 역시 관심은 사라집니다.


이런 쓰레기뿐만 아니라 생물의 생존 과정에서 또 하나 매 순간 배출하는 것이 있지요. 인간은 아니 모든 동물은 숨을 쉬며 삽니다. 숨을 쉬면 일 분에도 몇 번씩 이산화탄소를 내놓지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놓아야지요.


그 이산화탄소만이 공기 중에 쌓인다면 인간은 살 수 없겠지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이 살기 어려워집니다. 정말 다행히 나무들이 그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놓습니다. 나무가 없다면 동물은 살 수 없지요. 참 조화롭게 이루어진 세상입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고 내놓는 것을 대지는 받아들입니다. 아기 기저귀 가는 어머니 마음으로 땅은 받아들이고 닦아줍니다. 그 땅에 움직임 없이 서 있어 인간에게 그저 배경 소품이라 여겨지는 식물들은 인간이 숨 쉴 수 있게 하는 귀한 존재입니다.


흙과 나무는 쓰레기를 만들어 매일 내놓은 나를 키우는 어머니입니다. 나는 어머니 덕분에 숨 쉬고 먹고 싸고 살아갑니다.


(2021. 7. 20.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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