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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Sep 27. 2021

#114 법과 망치, 그리고 아이스크림

#114 법과 망치, 그리고 아이스크림


법은 망치이지요. 사람의 어떠한 행위를 망치로 칩니다. “그렇게 하지 마!” 법은 내려칩니다. 그 행위를 했던 사람은 움찔하고 멈추게 되지요. 하지만 사람에게 내려치는 것이니 쇠망치이면 안 되지요. 쇠망치라면 그것을 맞는 사람의 머리에서 피가 나거나 어딘가 뼈가 부러져 있을 테니까요. 그 망치는 아이스크림 같이 시원해야 하지만, 동시에 아이스크림처럼 어떤 면에서는 부드러워야 합니다.


법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법을 공부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법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이지요. 법에 관해서 공부하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심신이 피곤하겠습니까. 그냥 모르고 평생 살아가는 것이 좋겠지요. 산속에서 수십 년 수백 년 살아가는 나무가 법을 몰라 고민하고 있지도 않을 테고, 마당에서 따스한 햇볕을 즐기는 강아지가 법을 알 필요가 없을 텐데 인간이란 탈을 쓰고 태어났다고 꼭 법을 알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살다 보면 법의 문제에 빠지기도 합니다. 거창하게 법이라 이야기했지만, 다니던 회사의 어떤 규정에 걸려서 곤욕을 치를 수도 있고, 살던 집 매매 문제에 법이란 것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법 없이 사는 삶이면 좋겠지만 법이란 망치를 피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 망치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 놓은 것이니 사람이 함께 살다 보면 그 망치가 있다는 것을 살펴야 할 때가 있지요. 법은 사람과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생기는 분쟁을 해결하는 망치입니다.


망치는 무엇인가를 때립니다. 못을 때려 박아넣기도 하고, 바위를 때려 부수기도 합니다. 뿅망치는 게임에서 쓰기도 하는군요. 무엇인가를 함부로 때리는 것은 폭력이지요. 망치는 기본적으로 맞는 대상보다 강한 속성을 지녀야 부딪혀도 대상에 힘을 가하고 자신은 온전히 있게 되지요. 휘두르는 속도에 망치의 파워는 달라집니다. 마구 휘두를 때 그 망치는 폭력이 되곤 하지요.


망치를 휘두르는 것은 시원합니다. 왜냐하면 망치 앞에 어떤 것도 고개를 숙일 것이고 부서지기 때문이지요. 더운 날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시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휘두르다 보면 거기에 맞은 대상은 멍이 들고 피가 나고 뼈가 다치지요. 그러니 망치는 부드러워야 합니다.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워야 망치의 폭력성이 망치의 정당성을 넘어서지 않게 되지요.


세상에 시원한 것만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봅니다. 지저분하고 좋지 않은 것들을 시원하게 싹 청소해 버린다면 그것보다 더 시원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여름이라고 아이스크림만 계속 먹을 수도 없는 일이겠지요. 그렇다면 배탈이 나서 크게 고생하겠지요. 가끔 먹는 아이스크림은 맛있지만, 아이스크림을 밥처럼 먹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스크림과 같은 역할을 법이 해줍니다. 답답했던 문제를 법이 시원하게 해결해 줍니다. 하지만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갑자기 먹게 되면 가끔 머리가 아프기도 하지요. 차가운 빙수를 갑자기 들이켰을 때 머리가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시원한 것이 과하면 탈이 나지요. 법도 시원만 해서는 되지가 않지요. 법도 부드러워야 합니다. 법은 인간에게 시원하면서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같은 존재여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으로 배려하고 강자에게는 단단한 망치로서 엄격히 역할 할 때 법이 제대로 서 있는 사회이겠지요.


아이스크림과 망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시원하다는 것입니다. 뜨거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다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넣으면 온몸이 시원해지지요. 튀어나온 못이 내심 걸렸는데, 망치로 한 방에 쾅 박고 나면 시원히 해결되지요. 법은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시원한 망치입니다. 약자에게만 망치로, 강자에게는 아이스크림으로 다가가는 법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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