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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Oct 04. 2021

#115 어떻게 설득했을까?

# 115 어떻게 설득했을까?


넷플릭스 폐인이 될 것 같아 넷플릭스 구독을 중단했었습니다. <킹덤 시즌 1>을 보기 시작하니 중간에 멈출 수 없더군요. 마지막 회를 보자마자 언제 시즌 2가 나오나 기다리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페북 폐인으로도 충분한데 넷플릭스 폐인까지 되면 안되겠다 싶었지요.


그러다 <킹덤 시즌 2>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넷플릭스를 다시 신청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잘 참고 넘어갔습니다. <킹덤 아신전>도 무사히(?) 넘어가고,  <DP>도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오징어 게임>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더군요.


세상이 온통 오징어 이야기로만 덮이니, <오징어 게임>을 모르고서는 오징어 한 마리도 편하게 구워 먹기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아내가 넷플릭스를 신청하고 어제 <오징어 게임>을 이어서 다 봤습니다. 보는 내내 다른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더군요. 2시간 반 영화를 보면서도 중간중간 딴생각이 들곤 하는데, 8시간 방영 시간 중 다른 잡생각 없이 극 스토리에만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한 몰입감을 주는 극입니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어떻게 저런 소재로 저렇게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다 보고 나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저 스토리로 어떻게 투자자 OK를 받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지요.


“어떤 스토리이에요? 제가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 간단하게.”

“저… 456명 어른이 모여서 게임을 하는 거예요.”

“게임요? 무슨 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그게 뭔데요?”

“술래가 벽을 보다가 뒤돌아봤을 때 움직인 사람은 탈락하는 게임이에요.”

“그래서요?”

“탈락한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이는 거지요.”

“예? 움직였다고 총으로 쏴요? 그럼 남은 사람은?”

“죽은 사람 1명당 1억씩 456억 원 상금 게임을 만드는 것이지요.”

“456억 원? 아니 어른 456명을 어떻게 모을 건데요?”

“딱지치기요.”

“딱지치기?”

“예. 뽑기도 하고, 줄다리기도 하고 오징어 게임도 하려구요.”

“오징어 게임요?”

“오징어 게임은 규칙이 …. “

“아, 예. 됐습니다. 제가 바빠서 이만.”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 아니었을까. 실제로 황동혁 감독은 2008년 <오징어 게임> 각본을 쓴 후 10년간 아무도 투자자로 나서지 않았다고 하지요. 너무도 당연하게도.


저는 황 감독이 넷플릭스 투자자를 처음 만나 짧은 시간 이 영화를 어떻게 설득했을까 정말 궁금합니다. 그것도 한국에서 이미 오래전 사라진 아이들 게임으로 자본주의와 다수결 민주적 투표 제도, 종교, 인간 밑바닥 본성, 욕구, 비열함 등 수 없는 문제를 담겠다는 작자의 말 중 어떤 말에 넷플릭스는 설득을 당했을까요.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도 대단하지만,  대단하고 궁금한 것은 도대체 어떻게 넷플릭스 투자자 이런 스토리로 설득 했을까?  궁금증이 계속 머리를  돕니다.


그래도 그걸 알아보고 적지 않은 제작비를 투자 결정 내린 이가 있었기에 이런 허접한(?) 소재의 명작품이 사장되지 않고 세계에 드러날 수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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