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 어떻게 설득했을까?
넷플릭스 폐인이 될 것 같아 넷플릭스 구독을 중단했었습니다. <킹덤 시즌 1>을 보기 시작하니 중간에 멈출 수 없더군요. 마지막 회를 보자마자 언제 시즌 2가 나오나 기다리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페북 폐인으로도 충분한데 넷플릭스 폐인까지 되면 안되겠다 싶었지요.
그러다 <킹덤 시즌 2>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넷플릭스를 다시 신청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잘 참고 넘어갔습니다. <킹덤 아신전>도 무사히(?) 넘어가고, <DP>도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오징어 게임>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더군요.
세상이 온통 오징어 이야기로만 덮이니, <오징어 게임>을 모르고서는 오징어 한 마리도 편하게 구워 먹기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아내가 넷플릭스를 신청하고 어제 <오징어 게임>을 이어서 다 봤습니다. 보는 내내 다른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더군요. 2시간 반 영화를 보면서도 중간중간 딴생각이 들곤 하는데, 8시간 방영 시간 중 다른 잡생각 없이 극 스토리에만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한 몰입감을 주는 극입니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어떻게 저런 소재로 저렇게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다 보고 나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저 스토리로 어떻게 투자자 OK를 받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지요.
“어떤 스토리이에요? 제가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 간단하게.”
“저… 456명 어른이 모여서 게임을 하는 거예요.”
“게임요? 무슨 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그게 뭔데요?”
“술래가 벽을 보다가 뒤돌아봤을 때 움직인 사람은 탈락하는 게임이에요.”
“그래서요?”
“탈락한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이는 거지요.”
“예? 움직였다고 총으로 쏴요? 그럼 남은 사람은?”
“죽은 사람 1명당 1억씩 456억 원 상금 게임을 만드는 것이지요.”
“456억 원? 아니 어른 456명을 어떻게 모을 건데요?”
“딱지치기요.”
“딱지치기?”
“예. 뽑기도 하고, 줄다리기도 하고 오징어 게임도 하려구요.”
“오징어 게임요?”
“오징어 게임은 규칙이 …. “
“아, 예. 됐습니다. 제가 바빠서 이만.”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 아니었을까. 실제로 황동혁 감독은 2008년 <오징어 게임> 각본을 쓴 후 10년간 아무도 투자자로 나서지 않았다고 하지요. 너무도 당연하게도.
저는 황 감독이 넷플릭스 투자자를 처음 만나 짧은 시간 이 영화를 어떻게 설득했을까 정말 궁금합니다. 그것도 한국에서 이미 오래전 사라진 아이들 게임으로 자본주의와 다수결 민주적 투표 제도, 종교, 인간 밑바닥 본성, 욕구, 비열함 등 수 없는 문제를 담겠다는 작자의 말 중 어떤 말에 넷플릭스는 설득을 당했을까요.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도 대단하지만, 더 대단하고 궁금한 것은 도대체 어떻게 넷플릭스 투자자를 이런 스토리로 설득 했을까? 이 궁금증이 계속 머리를 맴 돕니다.
그래도 그걸 알아보고 적지 않은 제작비를 투자 결정 내린 이가 있었기에 이런 허접한(?) 소재의 명작품이 사장되지 않고 세계에 드러날 수 있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