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현 Nov 01. 2021

#117 달고나인가? 뽑기인가? 아니면.

#117 달고나인가? 뽑기인가? 아니면.


“왜 그게 달고나야? 뽑기이지.” 언제부터인가 달고나와 뽑기가 다시 유행입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에는 뽑기를 매스컴에서조차 달고나로 잘못 부르고 있더군요.


뽑기와 달고나는 다르지요. 뽑기는 누렇고 달고나는 하얗습니다. 뽑기는 딱딱하고 달고나는 부드럽습니다. 뽑기는 잘하면 하나 더 얻을 수 있는 게임 성격이 있지만, 달고나는 그냥 먹을거리에 불과합니다. 


달고나는 하얀 네모난 포도당을 국자에 녹여서 만든 것이지요. 국자에 담긴 부드럽고 하얗게 부풀어 오른 것을 떠먹는 맛이 있었지요. 달고나는 뽑기보다 약간 더 비싸서인지, 아니면 뽑기가 더 재미있어서인지 달고나를 선택했던 기억은 많지 않습니다.


뽑기는 불에 설탕을 녹여 어느 정도 녹으면 베이킹소다를 넣어 국자에 부풀려진 것을 탁 내리칩니다. 불에 녹녹해진 누런 설탕 덩어리를 딱딱해지기 전에 동그란 판으로 눌러 둥그렇게 만들고 별, 우산, 세모 등 철판을 살짝 눌러 모양을 내지요. 좀 세게 찍어 주면 모양을 떼어내기 좋겠지만, 골목길 터줏대감인 뽑기 달고나 주인은 그렇게 마음 좋게 힘차게 찍어주지 않지요. 적당히 도전 정신은 북돋우면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게 살짝 찍어냅니다.


이렇게 엄연히 뽑기와 달고나는 다른 것인데, 왜 뽑기를 달고나라고 하지요. 


그런데 뽑기는 정말 그 이름이 여러 가지였더군요. 부산, 경남 등에서는 쪽자라 불리기도 하고, 똥과자라 불리기도 했나 봅니다. 제주에서는 떼기라 불리기도 하고, 마산에서도 오리떼기라고도 불렸나 봐요. 서울에서만 해도 그걸 뽑기라 부르다, 몇 년 지나 달고나가 점차 사라지면서 뽑기가 달고나로 대체되어 불렸다고 합니다. 달고나의 포도당 흰 덩어리가 상온에서 곰팡이가 생기는 문제가 발생하며 업자들이 판매하는 것을 꺼리면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하는군요. 


“맞아.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그렇게 불렀어.” 마산에서 초등학교에 다닌 아내는 수십 년간 잊었던 단어를 반갑게 기억합니다. “육학년 때 서울에 오니 그걸 뽑기라 했어. 달고나는 다른 것이었고.”


“뽑기와 달고나는 다른 것이야. 왜 잘못 사용하고 있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제 질문은 단지 그 지역 그 시대를 살았던 제 짧은 경험에서 생긴 것에 불과하지요. 애초에 뽑기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들이 그 시대에도 많이 있었을 테니까요. 지금은 뽑기와 달고나를 아예 경험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더 많긴 하겠지요.


제가 틀렸다고 생각했던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다르게 불렸던 것뿐입니다. 제가 그걸 틀렸다고 생각한 것은 단지 제 경험으로 아는 한도에서 그런 것뿐이지요. 


사람은 세상을 자신의 경험으로 봅니다. 직접 경험한 삶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제한적 삶이지요. 만나는 사람이라 봤자 몇 명이나 되겠고, 그들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나 그들과 함께한 경험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책이라는 매체에 의해 간접 경험의 폭을 조금 더 넓힌다고 하여도, 한 사람의 경험의 크기는 세상 전체에 비해 손바닥, 아니 손톱 하나에도 못 미치겠지요. 


그저 자신이 경험한 것이 전부인 양 살아갑니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그 경험의 세계를 뛰어넘을 수 없지만, 그래도 잊지 말아야지요. 세상에는 자신이 경험한 시간과 공간을 넘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116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