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현 Nov 02. 2021

#118 하늘에서 보면 다 예뻐.

#118 하늘에서 보면  예뻐.


“하늘에서 보면 다 예뻐.”


TV를 보던 아내가 한 마디 툭 던집니다. 여행 프로그램에서 외국의 산골 경치를 보여주는데 카메라가 갑자기 하늘에서 본 뷰로 바뀌어 웅장한 자연을 드러냅니다. 드론 영상이지요. 드론이 없었다면 이런 장관을 보기 어려웠을 겁니다. 드론 덕에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시각에서 펼쳐지는 장관을 접합니다. 땅에 붙어사는 인간이 볼 수 없었던 장면을 이제는 자주 보게 됩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땅 밑 세상이 저 아래 오밀조밀하게 널려있지요. 산 밑에서 볼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집니다. 등산하는 이유야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힘들게 높은 산에 올라가 넓게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면 이마 위에 흐르던 땀은 시원히 사라집니다.


하늘에서 보면 다 예쁘지요. 찰리 채플린도 그런 이야기를 했지요.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삶을 꿰뚫어 본 채플린의 통찰이 느껴지는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은 떨어지고 가까이 있는 것을 보기 어려워지는 노안이 옵니다. 그나마 멀리 있는 것은 보이는데 가까이 있는 것은 더욱더 보기 어렵지요. 수십 년간 작은 것을 보며 살았으니 이제 너무 가까이 있는 작은 것에 연연해하며 살지 말고 멀리 있는 것을 자주 보라는 세월의 가르침일까요.


채플린 말대로라면 계속 가까운 것만 눈에 힘을 주고 들여다보면 비극적 삶으로 둘러싸이겠지요. 저는 비극적 삶보다야 희극적 삶을 선택하고 싶군요. 그러려면 눈에 힘 빼고 멀리 있는 것을 여유롭게 보며 살아야겠군요.


땅에 살아가면서 드론처럼 하늘 높이 올라가 세상을 내려 보기는 쉽지 않지만, 세상 소풍 마치면 하늘로 올라가는 것도 그런 이치이겠지요.


‘하늘에서 보면 다 예뻐.’ 땅에서 아웅다웅 싸우는 인간들은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하늘에 있는 신을 원망하곤 합니다. 하지만 하늘에 있는 이가 보기에 세상은 그래도 예뻐 보이지 않을까요. 땅에서 볼 때 어지럽고 혼잡하지만, 하늘에서 보면 그래도 예뻐 보이는 것이 우리들 삶일지도 모르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117 달고나인가? 뽑기인가? 아니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