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롱 천주교 신자지만
불교의 깊이 있는 자기 성찰이 너무 좋다.
불교에서 나온 말이 어떤 때는 성경 속 말 보다 더 내 마음을 후빈다.
나는 나이롱 천주교 신자지만
개신교의 적극적인 확신이 참 좋다. 아니 부럽다.
내 부끄럼이 많아 길거리에서 그들처럼 못하지만,
나의 나이롱 신심보다 그들의 확고한 깊은 신앙심에는 머리 숙여진다.
나는 나이롱 천주교 신자지만
자주 접하지 못해 잘 알지 못하는 이슬람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땅바닥에 머리 조아리고 기도드리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
그들은 폭력주의자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가는 미사 참석도 게을러지는 나와는 달리
하루에도 여러 번 신에게 기도드린다.
나는 나이롱 천주교 신자지만
종교란에 무교라고 적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끌린다.
신은 죽었다라고도 하고, 인간은 유전자 보존을 위한 껍데기 기계일 뿐이라 주장도 하지만
그들의 과학적 똑똑한 머리가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내 비록 나이롱 신자라는 타이틀을 떼지 못하고 있으나,
아마도 앞으로 그 타이틀을 뗄 것 같지도 않다.
신이 계시다면
그 신은 무교를 포함한 그렇게 다양한 종교를 보고 계실 것이다.
나는 약간은 좌편향을 가지고 사회를 보지만
우편향을 가진 사람들의 안정을 바라는 마음이 이해는 된다.
나는 종북이 아니지만,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나의 어떤 말에 사람들은 나를 종북주의자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종박이 아니지만,
중년의 나이에 기득권을 버리지 않으려는 모습에
종박이라고 놀림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종북과 종박이 아닌 사람이 더 많지만
종북과 종박을 자기 종교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어쩌겠나 신념에 찬 종북과 종박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
어찌 그 사람들을 다 이해하겠나.
내 나이롱 천주교도 다 이해 못 하는데...
나는 그래도 나이롱 천주교 신자라고 종교란에 적는다.
왜?
그야 내가 잘 모르지.
(12월 대림 첫 주일 아침 미사를 다녀와서 쓰는 글이라고는 참...)
2013.12.1 페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