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현 Dec 25. 2021

#122 하늘이 맑습니다

#122 하늘이 맑습니다


하늘이 맑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면서 마음에 끼어있던 구름도 어느새 사라집니다. 맑은 하늘은 마음의 구름도 씻어냅니다.


날이 차갑습니다. 주말 산책길에서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파고들었지만, 그래도 맑은 하늘 햇살은 푸근합니다. 아무리 날이 차가와도 바람이 잠잠한 햇살 아래에서 겨울은 견딜 만합니다.


하늘이 짱 합니다. 봄에도 맑은 하늘이 있고 여름과 가을에도 접하는 하늘이지만, 겨울의 맑은 하늘은 더욱더 짱 합니다. 시리도록 짱 한 하늘이지요.


차가운 바깥 공기에 두 시간 정도 걷다 돌아오니 현관에서 집이 주는 따뜻함을 새삼 느낍니다. 따뜻한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요. 소파에 앉아 거실 창을 통해 보는 하늘도 역시 맑습니다.


여러 가지 명상이 있겠지만, 이렇게 그냥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명상이지요.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는 것이 명상이지요.  명상이 뭐 특별한 방법이 꼭 있어야겠습니까. 시끄럽던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것이 명상이지요. 세상 때 묻어 조금 지저분해진 마음을 깨끗이 닦아내는 것이 명상이지요. 명상이 뭐 있겠습니까.


명상이라 하여 자리를 잡고 턱 앉아서 자세를 바로잡고 호흡을 어떻게 하고 그런 형식 없이 그냥 하늘 한 번 보면 되지요. 이리 하늘 한 번 봐도 맑아지는데 뭐 그리 복잡하게 명상을 합니까.


하늘을 봅니다. 눈을 뜨고 봅니다. 눈을 감고 봅니다. 눈을 감았는데도 하늘이 온전히 가슴에 들어옵니다. 그 하늘을 담습니다.


하늘을 보다 자판을 천천히 두드립니다.  눈을 감은 채 두드립니다. 손끝으로 마음을 닦아냅니다. 마음에 담겼던 생각, 글귀, 감정을 손끝 통해 내려놓습니다. 이것이 명상이지 뭐가 명상이겠습니까.


하늘을 다시 바라보다 눈을 감습니다. 눈을 감고 무언가를 쓰기도 합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명상입니다. 무엇보다 귀한 명상의 시간입니다.


이렇게 맑은 하늘을 대할 수 있는 오늘은 귀한 날입니다. 그 오늘을 고요히 보냅니다. 하늘이 주신 맑음과 함께 합니다. 이 글을 보는 이도 맑은 하늘을 담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혹시 한 번도 아직 하늘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되지요.


겨울의 짧은 낮이 긴 밤으로 자리를 넘겨주는 시간. 밤이 되어 깜깜해져도 맑은 하늘은 거기에 있습니다. 눈을 감아도 맑은 하늘은 거기에 있지요.


맑은 하늘이 저를 여기까지 끌고 왔습니다. 이제 저도 쓰는 것 멈추고 조금 더 하늘을 바라봐야겠습니다. 하늘이 맑습니다. 귀한 하늘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21 어딘가에서 와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