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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Jan 02. 2022

오랜만에 찾아온 작은 친구

그가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이름을 아직 모르지만, 이름을 알아야   같기에 일요일 아침 집을 나섭니다.


앞에 세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침 8시 20분. 물어보니 9시부터 시작이라 하는군요. 조금 서 있다가 추위에 서서 떨고 있는 것이 안 좋을 것 같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세 번이나 맞았는데 설마 괜찮겠지.’ 집 근처에 다 와서 간사한 마음이 또 바뀌었습니다. ‘지금 가면 바로 검사받을 수 있겠네.’ 차를 다시 돌렸습니다.


어제저녁 아버지 댁에 갔을 때 ‘왜 이렇게 아파트가 춥지’ 했는데, 아파트가 추운 것이 아니고 저만 춥더군요. 열은 없는데 몸이 조금 안 좋아서 추위를 느낀 것이지요. 아침에 일어나서도 몸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기침도 없고 열도 없지만, 어떤 바이러스가 제 몸이 좋아 들어온 게지요.


이 정도 증세라면 그냥 쉬다 보면 사라질 터이니 새해 휴일을 그냥 쉬며 지냈을 텐데, 요즘은 그럴 수가 없지요. 내일 환자도 봐야 하니 코로나 감염 여부를 알아야지요.


다시 검사 장소에 도착하니 9시 5분 전. 사람들은 아까와 달리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코로나 검사하시느라 휴일에도 수고하시는 분들을 도와드리지는 못할망정 검사 인원만 한 명 더 추가하는 수고를 더 드리게 됐습니다. 곧이어 검사가 시작되니 뭐든지 빠르게 하는 민족이라 빠르게 줄이 줄어듭니다. 참 체계적으로 여러분들이 수고하시더군요. 덕분에 검사를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일요일 아침, 아내와 정발산 산책도 못 하고, 점심에 장모님 찾아뵙기로 했던 것도 양해를 구했습니다. 평소 하루 걷던 걸음의 1/8도 못 걷고 온종일 집에서 머물며 2022년 이틀째를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바이러스와 함께 보내는군요. 제가 빌빌하여 바이러스가 좋아하는 체질인데, 지난 2년간 감기에 걸려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매일 만 보 걷기로 체력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그보다 마스크 생활화로 바이러스 노출 기회가 줄어든 것이 더 크겠지요.


내 몸을 찾은 작은 친구에게 말을 건넵니다. ‘잠시 머물다 잘 떠나게.’ 바이러스가 대답합니다. 2022년 고요히 살라고.


제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 이름을 아직 모르지만, 내일 아침에 알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때도 여전히 이름을 모르는 바이러스로 남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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