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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Aug 02. 2022

#125 관심과 관계의 다리, 관찰

#125 관심과 관계의 다리, 관찰


‘글을 쓸 때 나는 관심, 관찰, 관계 ……

평생 이 세 가지 순서를 반복하며 스토리를 만들어왔다네.

관심을 가지면 관찰하게 되고 관찰을 하면 나와의 관계가 생겨.’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말입니다.


관심, 관찰, 관계. 모두 ‘관’이란 글자로 시작하지만, 한자어는 같지 않지요. 관심(關心)은 관계할 관(關)을 써서 어떤 일이 마음과 연결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관계(關係)는 둘 이상이 서로 연결되어 맺어진 상태를 의미하지요. 하지만 관찰(觀察)은 단지 보는(觀) 것으로만 부족해 자세히 살피기(察)까지 한다는 의미를 지니지요.


관심, 마음이 끌리면, 관찰, 자세히 보게 되고, 관계, 즉 어떻게든 연결하려 하지요.


나의 가슴은 무엇에 마음이 끌리는가.

나의 눈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나란 존재는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가.


눈을 감고 이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 봅니다.


관심에서 관계로 넘어가는데 관찰이란 중간 다리가 놓입니다. 마음이 끌린다고 바로 연결되지는 않지요. 바라보는 단계가 필요하지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관찰을 강조합니다. ‘관찰이 전부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해라. 그리고 눈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에서 배워라.’ 그의 명작들은 이런 관찰에서 나온 것이지요.


눈을 뜨고 있으나 주위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머리에 달린 눈에게 미안하지요. 눈을 뜨고 있는데 아무것도 보고 있지 못 하니 눈 뜨고 잠을 자고 있는 것이지요. 깨어 있다면 무엇인가를 봅니다.


눈을 떠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다면, 눈을 감고도 바라보세요. 어쩌면 눈을 감고도 바라보고 있는 그것이 지금 나의 관심의 대상이고 내가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사진 기술 중에 아웃 포커싱이라는 것이 있지요. 사진 찍을 때 배경을 흐릿하게 하고 초점을 맞추고 싶은 대상만 또렷하게 찍는 촬영 방식입니다. 이전에는 무거운 DSLR 카메라로만 가능했으나, 이제는 최신 휴대폰으로도 가능해지고 사진 앱으로도 아웃 포커싱 효과를 줄 수 있어서 인물이나 꽃 등을 찍을 때 흔히 이용됩니다.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려면 아웃 포커싱을 해야지요. 초점을 좁혀서 대상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사랑하면 눈이 머는 것이 아니라, 시야가 좁아지지요. 사랑하는 이에 온 초점을 맞추고 주위의 것들은 흐릿해져 눈에 안 들어옵니다.


눈을 감고 보는 경우에는 아예 복잡한 배경이 사라지고 마음이 끌리는 그 대상에 더 집중할 수도 있지요. 관심을 가진 대상은 눈을 감고도 선명히 보이지요.


눈을 뜨고 보든, 눈을 감고 보든 선명히 바라보는 대상, 그 대상이 제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고 관계를 맺고 싶은 존재일 겁니다.


지금 나에게 그것이 꽃이  수도 있고, 여인이  수도 있고, 강아지가  수도 있고, 나무가  수도 있겠지요. 그것에서  삶은 시작하고 그것에서 배우며 새로워집니다. 예술가도 글쟁이도 그것에서 시작하지요.


저는 오늘도 눈을 감고 글을 씁니다. 나의 관심과 관계를 잇는 다리인 관찰을  감고 해봅니다. 산다는 것은 바라봄으로 연결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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