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현 Aug 02. 2022

#126 비는 빗자루다

#126 비는 빗자루다.


비는 빗자루입니다.

비는 무언가를 쓸어내리지요. 먼지도 쓸어내리고, 길거리 쓰레기도 쓸어내립니다. 우리는 바닥에 무엇인가 있을 때 빗자루를 듭니다. 빗질 몇 번으로 바닥은 깨끗해지지요. 빗줄기는 빗자루이고, 내리는 비는 빗질입니다.


비는 에어컨입니다.

비는 더러움을 쓸어내리고 더위도 쓸어내립니다. 비가 오기 직전 습한 무더위는 최고조에 다다르지만, 비가 시원히 내리면서 더위도 한풀 꺾입니다. 뜨거운 여름 시원한 소낙비를 우리는 반갑게 맞습니다. 비는 여름의 무더위를 잠시 피해 가도록 하는 에어컨이고 쉼터이지요.


비는 손님입니다.

비는 항상 우리 곁에 머물지 않고, 잠시 왔다 가는 손님이지요.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갑자기 찾아오면 간혹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비가 오면 옷이 젖어 다소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비는 반가운 손님이기도 합니다. 뜨겁게 달가워진 대지를 비는 식혀줍니다. 비는 귀한 손님이지요.


비는 생명입니다.

비가 오면 나무와 풀은 살아납니다. 아무 움직임이 없어 살아있는지 죽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식물이 살아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은 바로 비입니다. 비가 오면 나무와 풀은 곧게 서는 줄기와 싱그러운 잎의 푸른 빛으로 살아 있음을 나타냅니다. 비는 생명수를 나눠주는 생명의 원천이지요.


비는 더위와 더러움을 씻어주는 에어컨이고 빗자루입니다. 비는 지구상 생물에게 생명을 주는 손님이지요. 비가 없으면 지구상 어떤 생명체도 자신의 생명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겠어요.


창밖에 비가 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방의 에어컨을 끕니다. 귀한 손님이 가시면 지구를 비추고 있는 태양이 다시 맑은 하늘에 떠오르겠지요. 서로 배턴 터치하며 지구를 돌봅니다. 지구에게 햇빛과 빗줄기는 아이를 돌보는 부모와 같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아버지라면, 시원한 비는 어머니라고 할까요.


먹구름 낀 하늘에 비가 오면 우리는 맑은 하늘에 햇빛을 기다립니다. 맑은 하늘에 태양이 너무 오래 뜨거워지면 우리는 구름 낀 하늘과 비를 기다리지요. 뜨거운 여름, 비가 없다면 견디기 힘들 겁니다. 비 오는 여름, 태양이 아예 사라진다면 우리는 살 수 없습니다.


귀한 손님으로 비를 맞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비가 온다’고 하지 않고 ‘비가 오신다’ 하셨나 봅니다. 비가 오십니다. 세상을 깨끗이 하려고 비가 오십니다. 우리가 빗질하지 못하는 부위까지 빗질하러 비가 오십니다. 비가 오셔서 세상을 깨끗이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25 관심과 관계의 다리, 관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