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새달 계획
땅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더군요. 적당한 것을 발견하곤 그걸 물고 날아갑니다. 나뭇가지입니다. 근처 나무 위로 향합니다. 아, 집을 짓고 있군요.
며칠 전 출근하다 까치가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을 한참 쳐다보았습니다. 나무 위에 걸린 새 둥지를 보면 항상 경이롭습니다. 저 둥지를 짓기 위해 저 새는 몇 번의 비행을 했을까. 둥지를 짓기 위해 우선 비슷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찾아야 했겠지요. 그리고 나뭇가지 하나씩 물고 땅과 나무 위를 수도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저 둥지를 만들었겠지요.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저 까치집은 나뭇가지가 몇 개로 이루어져 있을까. 몇 번의 비행으로 까치는 자신의 둥지를 만드는 것일까. 찍은 사진 속 까치집의 나뭇가지를 세어 보려 했지만, 곧 포기했습니다. 얼추 수백 개 이상은 되어 보이는데, 빼곡히 엉킨 까치집의 나뭇가지를 세기는 어렵더군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숲 해설가협회에서 까치집의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평균 808개, 즉 천 개에 가까운 나뭇가지로 까치집이 완성되는군요.
그런데 상상해 보셨어요? 첫 가지를 나무 위에 올릴 때 상황을. 역시 처음이 어렵나 봅니다. 처음에 나뭇가지를 나무줄기 위에 올릴 때 까치도 여러 번 실패하여 땅에 떨어뜨리곤 한다는군요. 그렇겠지요. 사람이 두 손으로 정성껏 나뭇가지를 나무줄기에 올려놓는다고 해도 그것을 안 떨어지게 쌓아 올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테니까요.
헝클어진 머리를 까치집이라 표현하기도 하지요. 나뭇가지가 얼기설기 엉켜있는 저 둥지에서 까치는 어떻게 살아가고 알까지 낳을까. 비가 오면 다 젖지 않나. 그러나 그것은 까치집 내부를 몰라서 들은 생각이었습니다. 까치집은 진흙과 마른 풀로 내부를 꾸미고 지붕이 있어 비도 새지 않는다고 해요. 옆면에 자기만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출입구를 만들어 다른 육지 동물이 침입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니 대단한 자연의 건축가입니다.
까치둥지를 짓는데 한 달 이상 걸린다는군요. 한 달 너머 매일 수십번 씩 나뭇가지 물고 날아가 천 개 가까운 나뭇가지로 둥지를 짓는 까치를 보니 나는 그렇게 한 달 동안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뭐 제대로 있나 부끄러워집니다.
TED에서 매트 커츠(Matt Cutts)는 ‘30일 동안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라는 자신의 경험을 전합니다. 일상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30일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요. 5만 단어 분량의 소설을 쓰기 위해 하루 166단어를 30일간 쓰기도 하지요. 이제 자신을 컴퓨터 공학자가 아닌 소설가라고 소개를 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일 년을 시작하는 1월이면 365일 새로 펼쳐질 시간 동안 하고 싶은 것으로 새해 계획을 세우지요. 그런데 새해를 기준으로 삶을 살다 보면 1월 이후 나머지 일 년이 새해가 아닌 헌해(?)로 남기 쉽습니다. 올해 1월 마음에 두었던 새해 계획 한 가지 제대로 해나가지 못하고 일 년 후 1월이 되면 비슷한 계획으로 다시 새해를 맞곤 합니다. 사실 1년간 한 가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참 어렵지요. 중간에 하고 싶은 다른 것들도 생기게 됩니다. 한 가지를 하기 위해 하고 싶은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만 가능하기도 하지요.
이제 새해 계획 말고 '새달 계획'을 세우면 어떨까요? 한 달에 한 가지 하고 싶었던 것을 꾸준히 해보는 거지요. 1년이면 12가지 시도가 삶의 경험으로 남게 됩니다. 중간에 다른 것 하고 싶은 것 생겨도 잠시 다음 달로 미루어 두고 한 가지 해본다는 마음으로 그냥 하는 거지요. 항상 꿈으로만 계획으로만 남아 있던 것을 한 달에 하나씩 해나가는 것 근사할 것 같아요.
30일간 한 가지 하고 싶은 것을 해 보면 우리 몸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습관으로 남길 테고, 그냥 한 달 경험으로 족한 것은 흘려보내겠지요.
한 달 넘어 천 개 가까운 나뭇가지를 물고 날아 둥지를 만든 까치처럼 우리의 나뭇가지를 한 달간 옮기다 보면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새 둥지가 생기지 않을까요. 비록 헝클어진 머리처럼 삐죽빼죽 엉클어진 모습일지 모르지만 속은 편안한 까치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