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돼지 만난 주말

by 이상현

#7 돼지 만난 주말

산에서 돼지를 만났습니다. 멧돼지가 아니라 그냥 도야지. 아니, 그냥 도야지가 아니고 웃는 도야지. 웃고 있는 돼지를 만났으니 올해는 만사형통할 것 같습니다. 그 돼지 복을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눕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최근에 한참 걷는 것에 맛 들인 친구가 얼마 전 다녀와 너무 좋았다고 권했던 북한산 응봉 능선. 그 길을 처음으로 올라갑니다. 초행길이지만 양측에 의상 능선과 기자 능선이 호위를 해주니 든든합니다. 우로 봐도 좌로 봐도 대단한 북한산 경치를 보여주니 산행이 호강스럽네요. 조금 더 올라가니 백운대와 만경대도 의상 능선 뒤로 멋진 자태를 드러내는군요.


양측에서 펼쳐지는 장관에 정신 못 차리고 있다 우연히 뒤를 보니 까마귀가 바로 뒤 나뭇가지에 앉아 있네요. 까마귀를 그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처음입니다.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도 고맙게도 한참을 사진 모델이 되어 준 후 날아갑니다.


가다가 큰 암릉이 길을 막고 있어 낑낑대고 올라가니 바로 밑에 돼지가 웃고 있던 것이지요. 어떻게 저렇게 돼지와 똑같이 생겼을까. 내려와서 찾아보니 북한산에는 돼지 바위가 만경대에도 있더군요. 하지만 응봉 능선 돼지 바위는 정말 도야지 그대로입니다. 그 바위를 지나서 뒤돌아보니, 응봉 능선 하행 길에서는 이 돼지 바위를 잘 못 보고 놓칠 수 있겠더군요. 올라갈 때도 마주친 암릉 옆 우회 길로 갔다면 이 돼지님을 뵙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바위는 다람쥐 두 마리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합니다. 서로 다정히 마주 보며 담소를 나누는 듯싶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오늘의 목적지 사모바위에 도착했습니다. 평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인데 아침 일찍 산에 오르니 한적하게 사모바위를 온전히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애틋하게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사모(思慕)한다는 사모가 아니고 사모관대(紗帽冠帶)의 관복 모자 모양의 큰 바위이지요. 정말 근사한 바위입니다. 하지만 아침에 올라오는 태양은 배가 고팠는지, 사모바위를 샌드위치로 알았나 봅니다. 사모바위에 비친 태양을 찍으니 태양이 사모바위를 한 입 깨물어 먹어 버렸군요.


내려올 때는 삼천사 계곡 길로 물소리 들으며 편하게 내려왔습니다.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는 계곡 물소리가 제법 정겹습니다.


처음 가본 삼천사에 들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니 세 여인이 절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불상도 없는데 그냥 큰 바위에 절을 하나 싶었는데, 큰 바위에 마애여래입상이 서 있습니다.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 초기 불상으로 추정되는데, 부드러운 옷자락 표현이 그대로 남아있는 참 아름다운 불상입니다.


미소짓는 돼지를 산에서 만나고 내려오는 길이어서 그런지 삼천사 작은 불상들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돼지의 미소와 불상의 미소를 가슴에 담았으니 그 미소를 전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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