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석탑과 뇌의 진화

by 이상현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가면 불국사를 꼭 들렸었습니다. 불국사 대웅전 앞뜰에는 두 탑이 있지요. 다소 밋밋하지만 남성스러운 석가탑과 화려한 모양을 뽐내는 다보탑이 있지요. 이렇게 모양이 다른 두 탑이 한 마당에 있게 된 데는 <법화경>에 그 근거를 둔다고 해요. '현재의 부처인' 석가여래가 설법하는 것을 '과거의 부처'인 다보불(多寶佛)이 옆에서 옳다고 증명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지요. 석가탑은 현재의 부처인 석가여래를 다보탑은 과거의 부처인 다보불을 의미하는군요.


왜 석가탑 다보탑 이야기냐고요? 우리 뇌를 이해하려면 수억 년간 발달되어온 뇌의 층층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 됩니다. 우리의 행동을 보면 어떤 때는 참 이성적으로 행동하는데 어떤 때는 감정에 치우쳐 결정하기도 하지요. 간혹 본능을 이기지 못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적도 있고요. '왜 내가 마음먹은 대로,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 괜히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지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우리 뇌가 그렇게 긴 세월을 걸쳐 조금 복잡하게 층층 구조로 발달해 와서 그런 것이니까요.


혹시 석가탑을 불국사 삼층석탑이라고 부르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석가탑을 보면 더 여러 층 같은 데……. 맨 밑바닥을 기단이라 해서 층에 두지 않지요. 우리의 뇌도 기단부터 1, 2, 3층을 훑어보려 해요. 그래서 인간의 뇌가 되기까지 긴 세월 동안 어떤 변화들이 이 뇌를 이루고 있는지 알아보면 우리 뇌 속의 각 층에 겹겹이 숨어 있는 파충류적 속성도 포유류적 속성도 들여다볼 수 있겠지요. 그러면 우리의 행동이 왜 이렇게 일관성 없이 이루어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렁이같이 더 원시적 형태의 무척추 생명체는 뇌가 따로 있지 않고 몸 전체에 신경조직이 퍼져 있다고 해요. 신기하지요. 그 신경조직이 조금 다발을 이루어 등에 모여 척수를 이룹니다. 그 척수라는 신경 다발을 보호하기 위해 등뼈가 생기면서, 척추동물이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나게 됩니다. 물고기 같은 척추동물은 척추 안에 척수라는 신경 다발과 함께 그 꼭대기에 신경센터로서 뇌라는 부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지요.


괜히 복잡할 것 같다고요? 별로 복잡한 이야기는 드릴 수 없어요. 왜냐하면, 제가 그렇게 복잡하게 알만큼 깊이 있고 세세하게 뇌를 이해하지는 못하니까요. 저의 뇌는 조금 단순한 편이거든요. 그러니 제가 하는 이야기도 단순하지요. 그냥 경주의 석가탑을 구경한다고 생각하면서 뇌의 삼층석탑을 이해해 보세요. 앞으로 나올 물고기와 아기 악어와 강아지를 보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보, 그 사람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