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것일까?'
평소 낚시라고는 해 본 적이 없었던 제가 군의관 시절에 백령도 옆의 작은 섬 대청도에 배치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가까이 지내던 면사무소 운전사 김 씨 덕분에 바다낚시라는 것을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지요. 한밤중 깜깜함 속에서 절벽을 타고 내려와 흔히 물고기가 잘 잡힌다는 포인트에서 낚시의 고수 김 씨와 함께 낚시를 던져 보았습니다. 결과는 여러분의 상상 그대로입니다. 그의 낚시는 우럭부터 여러 가지 어종의 물고기들이 잘도 낚였지만, 저의 낚싯대에는 그곳에서 흔하디흔하다는 노래미 한 마리 입질이 없었습니다. 결코,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돌아오는 길에 발목을 크게 삐어서 한 달간 무척 고생한 것만이 저의 첫 번째 바다낚시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두 번째 바다낚시 기억은 서해안의 작은 섬으로 학생들과 함께 의료봉사를 갔을 때였습니다. 돌아오는 날 짐도 다 정리하고, 배가 도착할 시간도 많이 남아 있었지요. 남아있던 사람들 일부가 바다낚시를 제안했습니다. 작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낚시한다는 게 꽤 그럴싸하게 보였지요. 그러나 두 번째 바다낚시에서도 한 마리 물고기 제대로 잡지 못하고, 뱃멀미로 인해 생선회 한 점 제대로 못 먹은 기억밖에 없습니다.
두 번의 좋지 않은 경험 이후 저는 낚시는 거의 해본 적이 없습니다. '물고기가 나보다 머리가 좋아서, 나의 낚시에는 안 걸리는 것일까?' 저를 무시하는 것 같은 물고기에 자존심이 상해 그 후 낚싯대는 이사 중에 어디론가 없어져 버렸지요.
사람의 뇌보다 훨씬 작아 기초적 기능밖에 없을 것 같은 물고기의 뇌를 가지고, 인간 초보 낚시꾼의 미끼 함정에 걸리지 않는 것 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적어도 물속에서는 나보다는 한 수 위로 보이는 물고기의 뇌를 생각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가 떠올랐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꼭 한 번 보십시오. 환상적인 바닷속 그래픽과 흥미 넘치는 줄거리는 후회 안 하실 겁니다.)
니모는 주황색 줄무늬를 가진 귀여운 아기 물고기의 이름이지요.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를 잃은 니모는 아빠에게 위험한 곳에는 근처도 못 가도록 과보호를 받지만, 니모는 잘난 척하고 안전지대를 벗어났다가 결국 인간에게 먼 곳으로 잡혀가게 되지요. 사랑하는 아기 니모를 찾아가는 아빠 물고기의 이야기는 '도리'라는 건망증 심한 물고기를 만나면서 재미있게 전개됩니다. '도리'는 건망증이 하도 심해 방금 들은 단어를 하나도 기억할 수 없지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도리'와 아빠 물고기가 아기 '니모'를 찾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물고기들은 사람을 뛰어넘는 여러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내지만, 실제 물고기의 뇌는 그리 좋은 편일까. 뇌의 모양만 봐서는 그래 보이지 않습니다. 생명의 탄생은 물에서부터 시작되어 진화되었다고들 하니, 물고기는 그런 면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척추 생명체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물고기의 뇌는 가장 기초적 형태의 작고 단순한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등에 있는 척수 끝에 조금 뭉툭해진 정도라 할까. 흡사 국경일에 태극기를 거는 깃대의 동그란 깃봉 정도 모양이지요.
가끔 환자들을 진찰할 때 신경검사를 위해 무릎을 작은 고무망치로 '탁' 쳐 보면 의식도 없이 다리가 움직이는 무릎 반사가 일어납니다. 이 반사는 뇌까지도 가지 않고 척수 차원에서 일어나는 무의식적 반응이지요. 물고기의 뇌는 이 기본 반사를 한 척수라는 신경 다발이 조금 뭉툭해지면서 진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지요. 앞의 글에서 석가탑 이야기를 했지요. 불국사 삼층석탑인 석가탑의 가장 하부 구조를 이루는 기단에 해당하는 것이 물고기의 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위의 삼층석탑에 해당하는 부분은 다음에 나올 아기 악어와 우리 집 강아지와 워낭소리 등을 통해 이야기해 드릴게요.
인간으로 살면서 누가 자신을 '톡' 건드렸다고, 한 순간 망설임도 없이 발차기가 '퍽'하고 나온다면 거의 조건반사와 크게 다를 바가 없겠지요. 전혀 뇌가 필요 없는 무뇌적 행동처럼 보입니다. 물고기의 뇌도 비록 크기는 작지만, 무의식적 반응을 하는 척수보다는 한 단계 높은 뇌를 가지고 있으니, 물고기보다 못한 행동일 것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우리 주변에서 척수만 가지고 사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니 뇌를 가진 인간으로서 당혹스럽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