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악어와 미녀 리포터

by 이상현

정말 그녀는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방금 알에서 깨어난 아기 악어를 들여다보다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몇 년 전 TV 여행 체험 프로그램에서 동남아시아의 한 악어 농장을 소개하고 있었지요. 이전에도 TV에서 악어에 관한 프로그램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흥미롭게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알에서 방금 부화된 아기 악어를 보여줬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아기 악어는 다른 동물 새끼와 같이 악어이기 이전에 새끼로서 작고 귀여웠습니다. 아마도 저만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나 봅니다.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미녀 리포터는 손가락 크기의 작은 악어가 신기해서 자세히 보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대었지요.


그때였습니다. 아기 악어는 그녀를 바로 공격하였습니다. 너무도 순간이었지요. 슬로비디오로 다시 보여준 영상에서 새끼 악어가 그녀의 코를 물려고 점프를 했고, 놀란 리포터가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사건은 그녀가 아기 악어의 좀 심한 기습 키스를 당한 수준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조금만 잘못했으면 그녀는 예쁜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을 뻔했지요.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귀여웠던 아기 악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 악어는 새끼도 역시 악어구나.' 하지만 한 번 입장을 바꾸어서 여러분이 방금 알에서 깨어난 악어 입장이 되었다면 어떨까요. 악어는 알 속에서 깨어나면 오랜 세월 유전자에 박혀있는 자기 종족의 모습을 만날 것이라 여기며 부화를 기다렸을 겁니다. 입은 기다랗고 가죽은 명품 악어가죽으로 온몸으로 덮여 있을 어미 악어의 모습을 그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자신이 알에서 깨어나 처음 만난 생명체가 자신과 같은 악어 종족과는 완전히 다르게, 입도 길지 않고, 피부가 악어가죽으로 덮여 있지도 않고, 머리에는 검은 털이 나 있는 (악어 입장에서 본다면) 이상하게 생긴 괴물이 자신을 보고 있었겠지요. 이때 아기 악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파충류의 본능적 뇌는 그때 두 가지 중의 하나를 선택합니다. '싸울 것이냐 피할 것이냐' 이 아기 악어가 선택한 것은 공격이었습니다.


악어와 같은 파충류의 뇌는 뇌간이나 소뇌처럼 본능적 요소에 관련된 부분이 뇌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뇌의 아래 척수 차원에서 일어나는 조건반사 반응은 어떤 자극이 주어졌을 때 한 가지 반응이 나타나지요. 이것과 비교하면 파충류 뇌의 본능적 반응은 공격이나 도망이냐의 두 가지 선택으로 나타납니다. 보통은 약해 보이는 놈에게는 공격을, 강해 보이는 놈에게는 도망을 선택하지요. 그러므로 어떤 자극이 왔을 때 싸울 것인지 피할 것인지 이분법적으로만 세상을 대하는 사람은 파충류의 본능의 뇌 수준이 아닐까요. 그런 본능적 행동 반응은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 악어도 합니다.


모든 것을 판단할 때 힘의 논리에 의한 행동, 특히 자신보다 약자에 대한 배려 없는 무차별적 공격이나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등도 파충류의 본능적 뇌 차원이지요. 만약 악어와 같은 인간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전혀 본능 조절이 전혀 안 된다면, 철창 우리 속에 가두던가, 아니면 아프리카 늪지대로 돌려보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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