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열흘 앞서 살기

by 이상현

#10 열흘 앞서 살기

살다 보면 참 바쁜데도 일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요. 그저 능력 차이라고 생각하고 나와는 다른 부류 사람으로 아예 비교하지 않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겠지요.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비법이 뭐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제가 학생 때 존경하는 의대 선배가 있었습니다. 학생 운동권이었는데 공부도 잘해 내과 펠로우(연구강사)까지 하면서 내과 교실에서도 인정받는 선배였지요. 지금도 학생 때 초심 잃지 않고 지역의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 그 선배는 의학 공부와 사회 운동 두 가지 일을 그렇게 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바쁜 내과 펠로우(연구강사) 하면서 운동권 집회 및 사회단체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니, 과연 누구에게나 있는 하루 24시간이란 시곗바늘이 그 선배에게는 다르게 돌아가는 것이었을까요. 어느 날 궁금해서 그 비결을 물어봤는데, 그때 들었던 대답은 별다른 것 아니었습니다. 바쁜 병원 생활하며 교수에게서 받은 과제는 어차피 해야 할 것들이니 미루지 않고 가능한 그 날 바로 미리 해놓고, 남는 시간을 자기가 해야 할 사회운동에 쏟았던 선배였지요.


그때 들을 때는 그저 대단한 선배라 생각하고 잊고 있었는데,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인터뷰 기사 ‘하버드생 달력은 열흘 빠르다’를 읽으니 그 선배가 다시 생각납니다.


기사에서는 최 교수님이 박사 과정 때 보아온 하버드생들의 ‘공부 비법’이자, 세상 모든 일에 대한 ‘일 처리 비법’을 소개합니다.


아무리 많은 일이 쏟아져도, 또 그 일에 쫓기지 않으며 처리할 수 있는 비결은 ‘예정보다 10일 먼저 해치우기’입니다. 제출할 것들, 발표 준비 등 모두 열흘 앞서서 처리하는 것이지요. 물론 최 교수님도 그렇게 하기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열흘 먼저 일을 해치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이 펼쳐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도 인터뷰 후‘10일 먼저 해치우기’를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보았다고 하지요. 그 결과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여유도 생기고 그에 따라 결과물은 더 정교해졌던 경험을 기자는 나눕니다.


언젠가 전문의 고시 시험 출제에 들어가서 함께 방을 썼던 교수도 고등학생 때 공부하던 방식을 이야기해 준 기억이 납니다. 보통 학생들이 시험 범위를 한 번 정도 겨우 보고 시험을 치루게 되지요. 공부를 좀 한다는 친구들은 두 번 정도 보는 것 같아, 자신은 머리도 안 좋으니 세 번을 봐야겠다고 결심했답니다. 보통 시험 2주 전부터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일부 학생은 한 달 전부터 하길래, 자신은 두 달 전부터 시작을 하니 여유를 가지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군요.


인생 뭐 이렇게 힘들게 살 필요 있나 싶기도 하니 각자의 선택이겠지요. 하지만 이왕 똑같은 일을 마쳐야 한다면 스트레스받지 않고 그걸 마치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최재천 교수님이 이야기하는 ‘열흘 빠른 달력’을 사용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겁니다.


최재천 교수님 인터뷰 보고 제 일정을 보니 3월 21일 마감인 원고와 강의 준비가 있군요. 이걸 열흘 당기면 아이고 내일이 3월 11일이네. 어휴. 그래도 한번 해 보지요. 이제 대입 시험을 다시 볼 것도 아니지만, 저의 정신 건강에 열흘 빠른 달력도 좋은 선물이 될지 모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9 Q-PRES 글 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