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욕과 분노, 그리고 흐름

by 이상현

#52 식욕과 분노, 그리고 흐름


아이는 운다.

배고파서 운다.

어른은 화낸다.

분노가 치밀어서 화낸다.

성자는 숨 쉰다.

그저 흐름을 알아차린다.


식욕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구 중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해당합니다. 욕구에 무엇이 있나요? 여러 가지가 있지요. 식욕, 성욕, 수면욕 등 기본 욕구 외에 권력욕도 여기에 해당하겠군요. 이러한 욕구의 특징은 방향성을 가집니다. 그 방향은 철저하게 내부로 향하지요. 영어 단어에 inward는 in이란 공간을 나타내는 전치사에 ward라는 방향을 나타낸 접미사가 붙은 단어이지요. 내부로 향해 어딘가 공간에 채우는 것이 욕구의 특징입니다. 식욕도 그렇지요. 외부의 생명체이었던 것을 내부의 몸이란 공간으로 채우려는 욕구가 식욕입니다.


분노는 무엇일까요? 분노는 바깥으로 분출하는 힘입니다. 영어로 inward의 반대어인 outward 개념이 담겨있군요. 공간적 개념으로 파악하면 내부에서 외부 공간으로 침범하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분노의 에너지 곁에 있는 이들은 다치기가 쉽습니다. 화로 가득 찬 사람 곁에 있을 때 그 분노의 에너지로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요.


식욕과 분노를 에너지의 방향성으로 이해하면 결국 안으로 채우려는 힘과 바깥으로 침범하려는 힘을 보게 됩니다. 안과 밖은 공간이란 개념에 기반을 둡니다. 자와 타를 구분하는 벽으로 나의 안과 밖이 나누어지지요. 피부 안은 나란 공간이고, 피부 밖은 내가 아닌 다른 공간입니다. 식욕과 분노는 나라는 내부 공간에서 안과 밖으로 오고 가고 있습니다.


호흡은 들숨과 날숨이 있습니다. 하지만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지요. 그것은 들숨과 날숨 사이 머무름입니다. 그래서 호흡은 들숨, 머무름, 날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호흡은 흐름입니다. 호흡은 공간이 아닌 흐름입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 흐름을 알아차리는 것이지요. 외부의 공기 흐름이 코를 통해 내 안에 들어왔다가 잠시 머물고 다시 나갑니다. 어디까지가 나라는 공간이고 어디까지가 외부의 바람입니까. 호흡은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흐름입니다.


식욕을 참지 못할 때, 분노를 참지 못할 때 식욕과 분노를 들여다보세요. 식욕과 분노가 가진 공간 채우기와 공간 확장 다툼의 본질이 보이시나요. 그렇다면 이제 눈을 감고 숨을 쉬어 볼까요. 공간이 아닌 흐름을 느껴볼까요. 흐름과 흐름 사이에 잠시 머물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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