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딱 일 년만이라도

by 이상현

#60 딱 일 년만이라도


“지금까지 이런 나무는 없었다.

이것은 가지치기인가, 벌목 현장인가.”


영화 ‘극한직업’의 배우 류승룡이 이 현장을 봤다면 이런 멘트를 날렸을까요.


아니지요. 지금까지 이런 나무만 있었지요. 봄이 오면 풍성하게 푸른 잎이 돋아나야 할 가로수가 이렇게 전봇대로 고사 직전에 이르는 모습은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서 매년 계속되지요. 전봇대는 거리에서 점차 사라지는데 전봇대 모양 가로수는 올해도 여전히 잎 하나 없이 아프게 서 있습니다.


이런 무지막지한 가지치기 벌목 사업에 제가 낸 세금이 이용된다는 것에 분노를 느낍니다. 아니 지자체 예산 항목에는 환경 조성 사업비라고 그럴싸하게 쓰여있겠지요.


“간판을 가린다, 그늘진다.” 여러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만 비난할 수도 없지요. 전년도 예산 항목이 있으니 금년도 예산 항목으로 잡았을 것이고, 금년 예산으로 잡혔으니 어쨌든 올해 집행을 해야 할 테니 말입니다. 각 지자체의 가로수 가지치기 예산의 전국 총비용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삼 년만, 아니 이 년만, 아니 딱 일 년만 가로수 가지치기 예산 항목을 세우지 맙시다. 나무 자르는 작년 예산 항목 그대로 금년 예산 세워 매년 나무를 저따위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악순환 고리를 딱 일 년만 끊어봅시다.


지자체 일이라 문재인 대통령이나 정부가 일률적으로 못한다면 지자체 중 가장 큰 지역을 맡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우선 앞장서도 되겠지요. 청송 지역의 이 사진을 봤다면 이철우 경북지사가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질구레한 일이라 시장이나 도지사가 미적거리더라도 구청장이 마음먹으면 그것이 그리 어려울까요. 내년 선거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일 년만 안 하겠다는 공약 내거는 후보 있으면 저는 그 후보에게 표를 주겠습니다.


가로수 벌목 사업, 아니 가지치기 사업을 일 년만 안 하겠다고 고까짓 것 하나 결정 못 하고 어떻게 장이라 할 수 있나요. 간판 가리고 그늘진다고 민원 전화 들어와 시끄럽더라도 그런 민원은 감수하고 지혜롭게 처리하겠다는 지자체장이 그리 없나요.


그랬다가는 가지치기 업체나 종사자들 망한다고요? 그렇다면 그 많은 인력과 비용으로 나무 베지 말고 나무 심는데 투입된다면 정말 환경 조성 사업이겠네요.


십 년만 가로수 가지치기 예산 집행을 하지 않으면 나무는 숲이 되고 강산이 변할 겁니다. 십 년이 아니라 일단 일 년만 가로수 벌목 사업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이 푸르게 변할 겁니다.


그 남은 어마어마한 전국적 사업비를 어디에 쓸지 즐거운 고민 생기는 것 말고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인가요. 일 년만 나무가 몽땅몽땅 잘리지 않아도 우리는 정말 풍성하게 푸른 숲을 가까이 가질 텐데 말입니다.


딱 일 년만이라도.


지금까지 이런 나무는 없었다.

이것은 나무를 위한 것인가, 인간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이런 나무는 없어야 한다.

이것은 나무를 위해, 인간을 위해

봄에는 꽃이 피고 푸른 잎이 돋아나야 한다.


(박원수 님이 올려주신 경북 청송 가로수 사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쓴 글입니다. 전국 어디든 상황이 비슷하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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