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온수역으로 차를 몰고 오면서 길옆의 벚꽃나무들을 봅니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이제 막 피어나 길을 환하게 밝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주말에 내린 비로 그 꿈이 무참히 짓밟혀 버렸습니다.
이제는 길 위마다 나뒹구는 꽃잎 사체들로 가득합니다.
내가 꿈꿔 왔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렸습니다.
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인데 이 번 비바람은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마음속의 슬픔과 다르게 오히려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분홍빛으로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들이 어쩌면 겨울눈과 같아 보입니다.
차에 내려 가까이 다가가 한 움큼 쥐어 보면 지난해 낙엽도 같이 잡힙니다. 또 갈색으로 말라 버린 꽃잎 꼬투리도 함께 있습니다.
멀리 서는 이쁘게만 보였던 것들인데 알고 보면 함께 하기 싫은 것들도 같이 있습니다.
산다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삶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흰꽃처럼 보일 뿐 실제는 흰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나는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나의 티끌이 나의 전부를 가릴 수는 없기 때문이겠지요.
존재하는 것만으로 그 사회에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어머니의 자식인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나는 꽃잎의 사체에서 안타까움과 함께 위안을 찾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불행에서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 같은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