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장 맛을 아시나요.
양념게장도 역사가 있습니다.
요 며칠 사이 동네 인근에 있는 게장 가게를 두 차례나 방문했다. 딸아이가 좋아하기도 하고 코로나 시대에 어디 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맛있는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기도 하기에 말이다. 특히 그 가게에서 파는 게장이 맛이 있다고 동네 분들이 적극 추천해 주기도 했다. 지난 1월경에 한 번 방문을 해서 암게와 수게를 사 왔는데
역시 게는 암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게장의 맛도 맛이지만 빛깔도 중요하기에 두 번째 방문에서는 암게만을 샀다.
게장에는 독특한 맛과 식감이 있다. 단짠 하고 알싸한 맛이 도는 부드러운 살들이 밥알을 감싸있다가 입안에 들어오면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풍미를 터뜨린다.
특히 모내기철에 잡힌 암게에는 주황빛의 알들이 가득해 숟가락에 얹힌 게장은 영롱하기까지 하다.
딸아이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워낙 게장을 좋아하는 터라 다른 고기반찬을 주문하는 것보다 즐거워하니 당연하기도 했다.
집안의 음식 문화 때문인지 게장 맛을 즐기는 것은 우리 집이나 처가나 매한가지여서 도통 게장이 남는 것을 보지 못한다.
게장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1600년대부터 기록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규합총서, 시의전서, 주방문 등에 기록이 남아 있는데 물산이 나는 지방마다 각각의 음식문화 특성에 맞게 만들어 먹은 것으로 나온다. 그중 남도지역의 벌떡 게장이 특히 이채로웠다. 지금 서울지역의 양념게장 같이 만들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게장인데 맛이 신선하고 달콤하기까지 하단다. 반면에 다른 지방의 게장과는 달리 오래 두고 먹을 수는 없었단다.
주방문에는 약 게젓이라고 해서 게를 방구리에 담아 하루를 지낸 뒤 요리를 하는데 하루를 보내는 이유가 게의 살을 늘리고 게살의 효능을 높이고자 하는 데 있다. 방구리에 소고기나 게를 살 찌울만한 먹이를 넣어 주면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기 때문이고 이는 게의 풍미를 더욱 높였을 것은 당연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방구리에서 하루를 보내게 한 뒤 후추나 생강 마늘 등 양념류에 기름장을 달여 넣어 충분히 게안에 양념이 배이게 하고 숙성시키면 무엇에 비길 데가 없을 맛이 탄생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게장 담그는 법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경상도 지방의 참게장은 다음 해 여름 반찬으로 가을철에 집집마다 마련해 두는 음식인데, 벼를 벨 무렵 논에서 나는 암게가 알과 장이 많아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황석영 작가의 맛과 기행에도 게장에 대한 추억을 글로 남겨 놓았는데
초여름 꽃게철이 오면 어머니와 누나들이 마당의 수돗가에서 손질을 하려 들면 꽃게는 사방으로 달아나 어떤 놈은 장독대 뒤의 독 사이로 숨고 어떤 놈은 판자 담장 아래로 빠져서 행방불명이 되기도 했다. 게장을 담그는데 시골에서는 오종종하게 작은 밤게(참게)를 쓰지만 사실은 물산의 왕래가 불편하던 옛날의 일이지, 기생충도 많고 다리는 살이 적고 몸통마저도 먹잘 것이 없어서 귀찮기만 할 것이다. 또 요즈음 식당에 가면 시뻘겋게 양념을 해서 꽃게장을 담아 즉석에서 먹어치우기에는 간편하지만, 이것도 최근의 남도식이지 옛날식은 아니다.
꽃게를 솔로 박박 문지르며 소금물에다 깨끗이 닦아서 털 같은 아가미와 세모의 등딱지며 모래주머니를 모두 떼어 내고 발가락 끝을 잘라 내어 손질을 한다. 간장에 생강, 마늘, 고추 등속을 넣고 끓여서 붓는 것은 얼추 같은데 여기에 맛이 비방이 첨가되어야 한다. 기름기 없는 쇠고기 다진 것을 넣고 물 대신에 사이다를 부으면 짜지도 않고 깊은 맛이 생겨난다. 팔팔 끓인 양념장을 식혀서, 손질하여 차곡차곡 항아리에 다음 게 위에 붓는다. 사흘쯤 지나서 다시 장을 따라 내고 끓여서 붓고 나면 먹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