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 강옥동이 어린 이동석의 뺨을 세차게 때린다. 몇 번이나 거푸...
병든 아내가 있고 아빠 친구인 사람이 양아버지로 있는 옥동이 재혼한 집에서
홀대와 박대를 견디지 못하고 패물을 훔쳐 도망가자는 아들 이동석
그를 막아선 엄마 강옥동
처음엔 모진 엄마인 줄 알았다.
드라마 후반부에
전처의 아들 소생 집 밥상에서 마주한 전처 아들과 동석 그리고 엄마인 강옥동
도둑놈이라면서 몰아붙이는 전처 아들
이동석의 편을 들어주는 강옥동 그리고 병 수발하며 수년을 보낸 그녀의 삶을 쏟아내는 장면에서 나는 사람의 삶에 대해 그리고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할 인성을 본다.
강옥동은 어떤 여자일까?
목포에서 태어나 어려서 화재로 부모를 잃고 열두서너 살부터 식당에서 일을 하다 하나밖에 없던 동생의 임종도 글을 몰라서 찾아보지 못했던 슬픈 삶을 가진 여자
어찌어찌 제주 남자와 결혼하여 이동석(이병헌 분)과 딸 아이를 두었으나 거친 바다의 삶을 살아가는 남편을 잃은 후 바닷일을 하다가 딸까지 저세상으로 보내게 된다. 동생과 남편 그리고 딸까지 일찍 여의고 이제 동석과 살아내야 하는 20대 초반의 여자.
10대 이후 편안함을 모르는 삶
오히려 편안함이 죄스러운 삶
모든 것을 인간의 힘에 의존하는 70년대의 제주 바다
그리고 그 바다에 딸과 남편을 잃은 여자
그러던 중 소개받은 남편 친구의 남자
그리고 병든 그의 아내와 자식
아버지가 아닌 자에게 아버지라 부르라고 닦달하는 강옥동(김혜자 분) 동석의 감정을 무시하고 말없이 그의 집에서 식모 같은 삶을 유지하고 있는 옥동
정말 동석의 뺨을 그렇게 심하게 때리고 무엇이고 좋다고 그의 집에서 그 엄청난 수고를 들이면서 살아내려고 했을까!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옴팡 집 하나와 상가가 아닌 장터 노상
그녀는 왜 힘든 상황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을까?
삶은 운명일까! 지지리도 복도 없는
그렇지만 삶을 다 알고 있는 듯한 눈 빛과 노년기의 말투 동물과 친구에 대한 따뜻한 마음에서 무엇이 소중한지를 전달한다.
나는 그녀가 결과만으로 보면 이동석만 아니었다면 이승을 버렸을 듯싶다.
왜냐하면 그녀가 사랑했던 이들이 떠난 후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서 그곳이 얼마나 좋으면 다시 오지 않겠느냐 하는 대사가 있었고 또 그곳에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이 있었으므로 말이다.
단지 그녀가 이 세상을 살아간 이유는 스스로 죽는 것이 힘들어서였을 수도 있지만 바다의 위험에서 벗어나 아들 이동석에게 찬밥이나마 주고 싶어서였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안다. 여자 혼자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더욱이 글을 모르는 그녀가 뱃표 한 장이나 행선지를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없었으므로 말이다. 글에 대한 자신의 한계를 온전히 드러낸 것이나 온전한 정신인 그녀가 글을 몰라서 오는 답답한 심경을 담은 장면이 있다. 이동석과 함께 한 배 안에서 그녀가 살았던 곳 그녀가 사랑했던 이의 이름을 배 창문에 입김으로 써보는 것에서도 알 수가 있다.
가족이 있었지만 한 번도 가족과 같은 따뜻함을 가질 수 없었던 여자,
늘 사랑하는 이를 잃기만 했던 여자.
이제 암으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여자
마지막으로 아름답다는 제주에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겨울 한라산을 가보고자 했던 그녀...
아들 역시 엄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화해를 좀 더 일찍 하지 못했던 아쉬움 속에 오히려 엄마에 대한 원망만 가득했던 자신에 대한 한스러움이 가득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삶
슬픈 운명을 지닌 삶
그것을 고스란히 버텨낸 삶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던 삶
누가 그녀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