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본 계곡은 시원했다. 낮게 드리워진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 이어진 오솔길을 두 사내가 걷는다. 두 사람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중이며, 오솔길 입구까지는 승용차로 다섯 명이 동승했다가 이곳부터 두 사내만 차에서 내려 오솔길로 목적지까지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셋은 자동차에 의지해 포장도로로 목적지까지 갔다.
오후의 해가 산기슭으로 치우쳐 가고 있다. 오솔길 둘레에는 활엽수가 촘촘히 가지를 오솔길로 내어 뻗고 있다. 상수리나무인지 자작나무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벌어진 틈새 사이로 태양빛이 용광로에서 쇳물 쏟아내듯이 나지막이 몸을 숙이고 있는 야생초에 부딪혀 갔다.
어느덧 길 옆의 풀숲이 어둑해진다. 습기보다 더 진한 시원한 물 냄새가 가득 올라온다. 생각해 보니 차에서 내린 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것 같다.
해가 지려고 하니 급격히 선선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아직도 산 중턱을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 목적지인 송월 암이라 표지는 사방 어느 곳에도 찾을 수 없다. 아마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오솔길이라 그런 듯싶기도 한데, 등산객들이 표시해놓고 다니는 그런 표식도 찾기 어렵다.
오솔길을 벗어나니 길옆으로 다랑논이 나타난다.
아직 벼이삭이 피지는 않은 것으로 보면 7월을 조금 지난 계절이 아닌가 싶다.
그 위로 저녁 안개인지 몽글몽글 흰색의 부유물들이 다랑논 위에 보인다. 무릉도원인가 싶다. 이 풍광을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현실에서는 이런 풍광을 어디에서 보았을까 아마 꿈일 듯한데 나의 뇌는 이 그림을 어디서 보고 베꼈을까 하는 생각도 꿈이라고 생각하면서 해 본다.
물소리가 점점 세차게 들린다.
순간이동을 했는지 다양한 크기의 편석이 겹겹이 깔린 개울 위로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른다. 물은 발목을 넘지 않은 깊이로 흘렀다. 물이 이렇게 맑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벌써 몸은 어느 한옥의 뒤꼍에 도달해 있다. 그런데 동행이가 사라져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보게 된 것은 화장실 표지인지 한자로 되어 있는 女자를 보았다.
사위는 어두 컴컴하고 갑자기 동행한 이가 사라졌으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옥에서 한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女자를 읽어낸 것은 대단한 노릇이다.
목적지인 송월암을 찾아야 하는데 여기서도 찾을 수 없다.
뒤꼍을 조금 더 두리번거렸을 뿐인데 갑자기 다리가 보인다.
그 다리 앞에는 탑 모양의 돌 구조물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다.
빠른 걸음으로 다리를 지나니 절이 코 앞이다.
느닷없이 암자 안의 방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갑자기 사라진 동행자는 물론 승용차로 이동한 일행도 그곳에 있다.
방에 사람이 넘치니 당장 식사와 기거할 곳이 마땅치 않다.
다시 돌아 나와야 할 판이다.
비어 있는 듯했던 그 한옥 집을 찾아 나선다. 일행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