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인다.
풀벌레 소리에 얹혀 바람이 인다.
민소매 자락 속에 바람이 머문다.
바람이
한 가닥의 머리칼조차 쓸어 올리며, 드러난 귓불을 핥듯이 스쳐 지나간다.
어디선가 몇 번은 더 느꼈을 듯한 가을의 햇볕과 바람의 냄새다.
어린 시절 가을운동회 때 느꼈던 바람 냄새일까!
새벽 가을바람이
말복의 냉기를 머금고 슬금슬금 홑이불 자락을 파고든다.
검 프레 한 동녘 하늘에 별이 지듯
가을이 간다.
가을이
풀벌레 소리에 한숨을 감추고
청포에 몸을 숨기며 지나간다.
청포의 바다에 한숨처럼 성애가 끼어 있다.